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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의 기구한 운명... 16억 건조→짝퉁 판정→154만원 낙찰→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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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의 기구한 운명... 16억 건조→짝퉁 판정→154만원 낙찰→소각

입력
2023.06.27 16:37
수정
2023.06.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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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자 거북선 인수 포기… 계약 해지
다음 달 초 거북선 해체 후 소각 예정
매각가 최저한도 미설정 등 감사 촉각

'짝퉁' 논란 속에 154만 원에 낙찰됐다가 폐기 결정된 거북선이 지난 5월 10일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돼 있다. 뉴스1

'짝퉁' 논란 속에 154만 원에 낙찰됐다가 폐기 결정된 거북선이 지난 5월 10일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돼 있다. 뉴스1

‘짝퉁’ 논란 속에 154만 원에 팔린 경남 거제시의 거북선이 결국 폐기된다. 낙찰자가 약속한 기한 내에 거북선을 들고 가지 않아서다.

거제시는 낙찰자에게 계약해지 통보서를 발송하고, 거북선은 소각 처리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지난 23일 낙찰자 A씨와 전화 통화 당시 이미 거북선 인수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A씨 외에도 거북선을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몇몇 있었지만 이송비용 등을 따져보곤 모두 포기했다”고 말했다.

거북선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시절인 2010년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6억 원을 들여 이듬해 완공됐다. 길이 25m, 폭 8.67m, 높이 6.06m, 무게 120톤 크기로 전문가 고증을 거쳐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1592거북선’으로 불렸다. 그러나 국내산 소나무인 금강송 대신 값싼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하는 등 시방서와 다르게 제작된 사실이 드러나 해당 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등 ‘짝퉁 거북선’ 논란이 일었다.

이후에도 방부 처리 소홀로 목재가 썩고 뒤틀려 유지·보수 등에 1억5,000여만 원의 돈이 추가로 투입됐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는 선미 부분이 파손돼 폐기 처분 의견도 나왔다. 시는 폐기 처분에 앞서 지난 2월 매각을 시도했고, 8번의 입찰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는 최초 입찰가 1억1,750만 원의 1.3%수준인 154만5,380원이다. 낙찰자 A씨는 충무공 이순신 탄생일인 ‘1545년 3월 8일’에 맞춰 이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A씨는 거북선을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있는 자신의 사유지에 옮겨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행정절차 상 거북선을 공원시설로 지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계약도 무산됐다. 이에 따라 시는 다음 달 초까지 거북선을 완전히 폐기하기로 했다. 대형 구조물인 만큼 해체와 소각을 분리해 전문업체 2곳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수의계약을 검토 중이다. 총 처리 비용은 2,500여 만 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거북선 처리 과정에서 절차가 적법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거북선 매각을 경남도에 보고하지 않은 것과 가격 최저한도를 설정하지 않은 것 두 가지다. 경남도 보조금 관리 조례에는 도비가 투입된 중요재산은 기초지자체에서 마음대로 매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유재산 매각 관련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가치가 없는 일반재산을 매각하는 경우 최저한도는 최초 매각 예정 가격의 100분의 50으로 해야 한다.

앞서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달 22일 “관광자원 조성 등 원래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수리해서라도 계속 활용해야 하는데, 팔아치우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거북선이 어떤 경위로 제작돼 매각됐는지 그 과정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거북선은 법에서 명시한 중요재산에 해당되지 않고, 최저한도도 전시시설은 지자체의 재량이라고 판단했다”며 “안전사고를 우려해 빠른 매각을 추진했고, 처리비용이라도 아껴보려는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거제=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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