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매체 “내달 방중 조율 중”
거리 두는 미 보란 듯... 중국행 나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재집권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최우방인 미국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로선 최근 중동에서 영향력을 부쩍 키운 중국과 접촉함으로써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26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중국이 네타냐후 총리의 내달 중국 베이징 방문을 위한 사전 접촉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네타냐후 총리가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라면서 “미국 워싱턴에 이스라엘이 다른 외교적 기회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TOI도 네타냐후 총리의 중국 방문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짜증 나게(Annoy)’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을 겨냥한 행보라고 강조한 것이다.
‘전통적 동맹’ 사이였던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는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후 얼어붙었다. 그가 이끄는 우파 연정이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입법(사법개편),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 극우에 가까운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탓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법 개편 중단을 촉구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가까운 시일 내 백악관에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TOI에 “네타냐후 총리는 백악관의 초대가 없다고 가만히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총리는 최근 중동 개입을 강화하는 중국에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려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한 틈을 타고 세(勢)를 넓혀 가고 있다. 지난 3월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양국 간 외교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성과도 올렸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수립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에 ‘사우디와의 관계 진전을 위해 역할을 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TOI는 이와 관련, “이스라엘에 사우디와의 외교 정상화를 촉구해 온 미국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