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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독지가의 630억 기부… 대학이 분발할 때다

입력
2023.06.28 04:30
수정
2023.06.28 07: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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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오른쪽) 광원산업 회장이 지난 2020년 KAIST 본원 학술문화관 스카이라운지에서 기부약정식을 가진 뒤 신성철 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이수영(오른쪽) 광원산업 회장이 지난 2020년 KAIST 본원 학술문화관 스카이라운지에서 기부약정식을 가진 뒤 신성철 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고려대가 익명의 독지가에게서 630억 원을 기부받았다고 한다. 고려대 개교 이래 단일 기부로 최고 액수다. 국내 전체 대학을 통틀어도 2020년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의 카이스트 기부(766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대학 측은 “대한민국 도약을 위해 대학이 분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대학에 기업인이나 독지가들의 크고 작은 기부가 이어진다. 한 기업인은 5월 “미래 사회 인재를 양성해 달라”며 모교인 성균관대에 100억 원을 기부했고, 1월엔 경기대가 한 기업과 총 100억 원 규모의 기부 약정을 맺었다. 최근엔 익명의 스님이 동국대에 인재양성 장학기금 3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대학에 큰돈을 선뜻 내어주기란 쉽지 않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기부자들이) 큰돈은 사사로운 정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쓴다”고 했다. 고려대 익명 독지가 말처럼 대학이 사회를 위해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분발해 달라는 채찍의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대학의 변화는 더디다. 영국 QS의 세계대학평가(2023)에서 국내 대학은 50위 안에 단 1곳(서울대)만 있을 뿐이다. 첨단산업에서 우리의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의 대학은 홍콩을 제외하고도 4곳이나 포진해 있다. 국내 대학들은 모든 전공과 학과가 존재하는 수명 다한 백화점식 교육에 여전히 매달린다. 대학마다 특색이 있을 리 없다. 적립금은 쟁여놓은 채 투자엔 인색하다. 15년째 대학 등록금을 옭아매고 정원 규제를 놓지 않는 정부의 발목잡기도 한몫을 한다. 이러니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우수 인재 양성에 아낌없는 투자를 할 수 있는 건 막대한 기부금 덕이 크다. 하버드대의 경우 보유한 기부금 총액이 360억 달러(약 47조 원)라고 한다. 대학이 기부금을 마중물 삼아 과감한 혁신을 하고 그래서 대학 기부 문화가 더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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