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1세대 보컬리스트... 19일 자작곡 담은 헌정 앨범 발매
참여한 후배들과 함께 내달 5일 앨범 발매 기념 공연 예정
"이런 날 올 줄이야... 재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길"
‘빨간 마후라’로 잘 알려진 남성 4인조 보컬 그룹 쟈니 브라더스 출신. 김수열, 박성연, 이동기, 최선배 등과 함께 전문 음악인으로서 국내 재즈 시장을 개척한 1세대 대표주자. 반세기 넘게 재즈 외길을 걸어왔고 여전히 건재한 가수 김준(83)이 지난 19일 헌정 앨범으로 대중을 찾았다. 앨범에는 후배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와 노래로 재탄생한 김준의 자작곡 8곡과 함께, 김준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불후의 재즈명곡 ‘왓 어 원더풀 월드’도 수록됐다. 헌정 앨범 출간을 즈음해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그를 만났다.
‘재즈계의 자연인’… “대중을 의식한 적은 없어”
김준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콩쿠르에 입상하며 경희대 성악과에 입학할 무렵부터 그는 ‘음악을 평생의 업으로 삼으리라’고 결심했다. 이후 그는 쟈니 브라더스가 해체한 1969년 이후 지금까지 솔로 재즈 가수라는 외길을 걸었다. 김준은 “돌이켜보면 가수로서의 삶은 자연스럽게 흘러온 결과였다”고 회고했다. 흑인의 애환을 달래준다는 점에서 영적인 특성이 담긴 재즈가 좋았던 것도, 순간순간의 감정을 악보에 적는 작곡가의 삶을 산 것도 그에게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만약 대중을 의식하거나 가수로서의 성공을 노리고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면 오늘날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김준의 아내와 지인 등 측근들은 줄곧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그에게 ‘재즈계의 자연인’이라는 수식어가 제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간 국내에서는 재즈가 귀족 장르로 여겨지며 대중음악과 구별됐던 역사가 길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며 재즈를 어렵게 여기던 분위기는 급속히 바뀌고 있다. 매년 초여름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은 15회째를 맞으며 어느덧 젊은 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행사 중 하나가 됐고, 재즈 장르를 융합한 K팝 음악은 대중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두고 김준은 “재즈는 원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서 듣던 편안한 대중음악인데 어렵고 난해한 장르로 인식돼온 게 안타까웠다”며 “과거보다 편하게 느껴진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라고 반색했다. 그러면서도 “재즈를 음악을 고급화하는 재료로 활용하려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헌정 앨범과 공연… “이런 날 올 줄 예상 못 했다”
이번 헌정 앨범을 기획한 이는 김준의 후배이자 한국 재즈계의 대모인 웅산 한국재즈협회장이었다. 1,000여 곡이 넘는 김준의 자작곡 중 헌정 앨범에 어울리는 곡을 직접 선곡했고, 후배들을 모아 재녹음도 추진했다. 최근까지도 앨범을 적정한 수량만 찍어 주변에 나누는 정도에 만족했던 김준에게 헌정 앨범은 기대치 못한 일. 김준은 “가요계 풍토상 다른 가수를 경쟁자로 여기기 쉽지 않느냐”며 “오히려 내게 (헌정 앨범 발매) 기회를 만들어준 것에 대해 후배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준은 앞으로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오랜 ‘버킷리스트’(소망 목록)는 있다. 언젠가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것. 그는 “1960년대 워커힐 쇼에 전속 가수로 출연할 당시, 30여 명 규모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호흡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남아있다”며 “여전히 오케스트라 악보도 가지고 있을 만큼 그때가 그리운데 이후 다시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80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 체질이다. 다음 달 5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3층 이벤트홀에서 후배들과 함께 헌정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그는 최근 골절상으로 입원 중이지만 마음은 벌써 무대 위에 가 있다. 그는 공연에 대해 “명목은 ‘김준 헌정 앨범 발매 기념’이지만 후배들이야말로 이번 무대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들 한마음으로 제 앨범과 공연을 준비해 주는 걸 보면서 느꼈어요. 어떤 '연출'도 없이 재즈만 바라보고 살아온 제 인생이 틀리지 않았다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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