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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라기보다 '지휘 동작 퍼포머'"… 국내 첫 로봇 지휘 공연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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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라기보다 '지휘 동작 퍼포머'"… 국내 첫 로봇 지휘 공연 '부재'

입력
2023.06.26 17:47
수정
2023.06.26 18: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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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6' 지휘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6와 최수열 지휘자가 '감' 연주를 이끌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6와 최수열 지휘자가 '감' 연주를 이끌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내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습실.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6'의 팔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잡으려는 취재진의 눈길과 손길이 분주했다. 악단 단원들은 몸통과 팔다리에 얼굴도 가졌지만 좀처럼 표정은 읽히지 않는 '지휘자'의 팔 동작에 이미 익숙해진 듯 몽골 작곡가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를 무사히 연주해냈다.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지휘자는 손을 들어올려 악보를 소리로 바꾸고 음악의 느낌을 단원들에게 전달해 서사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로봇이 이처럼 느낌 충만한 지휘자의 역할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내 최초의 로봇 지휘 공연 '부재'는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6의 지휘로 '말발굽 소리'와 몽골 작곡가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을 연주하며 최수열, 에버6의 공동 지휘로 손일훈 작곡의 위촉 신작 '감' 등을 연주한다.

시연을 통해 지켜본 에버6 지휘의 연주는 로봇 지휘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균일한 박자와 반복적 움직임이 특징인 '말발굽 소리' 연주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최수열 지휘자와 함께 지휘한 '감'은 곡 후반으로 갈수록 눈빛으로 주로 지시하던 최수열 지휘자의 움직임이 점점 커졌다.

로봇 지휘자 '에버6'가 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말발굽 소리'를 연주하고 있다. 뉴시스

로봇 지휘자 '에버6'가 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말발굽 소리'를 연주하고 있다. 뉴시스

최수열 지휘자는 시연 이후 "지휘자나 연주자가 보기에도 지휘 동작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한 부분이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에버6는 미국 피바디음악원에서 마린 알솝을 사사한 지휘자 정예지의 지휘 동작을 연구한 모션 캡처 작업 반복을 통해 지휘 동작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유연하고 정확한 움직임 구사는 가능해졌다. 하지만 듣는 기능이 없다는 점은 지휘자로서는 치명적 약점이다. 앞선 2008년 일본 혼다의 '아시모', 2017년 스위스 협동로봇 '유미', 2018년 일본 '알터2'와 2020년 '알터3' 등과 비슷한 방식이다. 최수열 지휘자는 "지휘자라기보다 '지휘 동작 퍼포머'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을 맡고 있는 여미순 예술감독 직무대리는 이번 공연의 의미를 에버6와 최수열의 공동 지휘를 위해 위촉된 신곡인 손일훈 작곡의 '감'에서 찾았다. '감'은 정해진 리듬과 선율 없이 에버6가 일정한 속도와 박자의 패턴 지휘를 하는 동안 최수열 지휘자가 감(感)을 통해 연주자들과 표정과 몸짓으로 소통하며 이어가는 곡이다. 여 직무대리는 "무한의 상상력에서 무한의 창의력이 나온다"며 "로봇 지휘라는 상상력이 아니었다면 이 곡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훈 작곡가도 "반복적 움직임을 정확히 수행하는 에버6가 지휘자와 연주자가 교감하면서 박자를 잃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며 "'감'은 연주자와 두 지휘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라고 말을 보탰다.
결국 인간 지휘자의 '부재'라는 콘셉트로 시작한 이번 공연은 로봇과 인간의 공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수열 지휘자는 "지휘자뿐 아니라 모든 예술 영역을 로봇이 대체하는 시대가 쉽게 올 것 같지는 않다"며 "로봇 지휘는 호흡이 없다는 약점도 있기 때문에 호흡 없이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부분 리허설 트레이닝 도구로는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지휘자 '에버6'가 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말발굽 소리'를 연주하고 있다. 뉴스1

로봇 지휘자 '에버6'가 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말발굽 소리'를 연주하고 있다. 뉴스1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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