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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차원이 다르네"... 미국 공룡 로펌들의 '사우디행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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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차원이 다르네"... 미국 공룡 로펌들의 '사우디행 러시'

입력
2023.06.26 18: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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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8조' 커클랜드&엘리스, 현지사무소 추진
미·유럽 M&A 가뭄 속에 '중동 부국'이 기회의 땅
법률 서비스 수요 증대... 인권탄압 문제는 걸림돌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새로운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새로운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연 매출이 수조 원에 이르는 서방의 글로벌 로펌들이 최근 잇달아 사우디아라비아에 깃발을 꽂고 있다. 초대형 건설 수주를 비롯해 기업 간 굵직한 인수합병(M&A), 스포츠 계약 등과 관련해 차원이 다른 '오일 머니'가 오가는 사우디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기회의 땅'으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산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중동의 큰손'이 이번에는 엘리트 변호사들을 거느린 초대형 로펌들까지 대거 끌어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로펌 업계에서 세계 1위(매출 기준)인 미국의 '커클랜드 앤드 엘리스'는 사우디 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중동 진출을 본격화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 65억 달러(약 8조5,000억 원)를 기록한 커클랜드 앤드 엘리스는 소속 변호사도 3,500명에 이른다. 최근 이 로펌은 사우디에 대해 "국제 비즈니스의 중요한 시장이자,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라고 치켜세우며 현지 사무소 개설 계획을 밝혔다.

사우디 진출에 나선 로펌은 이뿐이 아니다. 이미 레이섬 앤드 왓킨스와 그린버그 트라우리그, 스콰이어 샌드 보그스 등 미국의 또 다른 대형 로펌들은 물론, 영국계 클리퍼드 찬스 등도 지난 3월 사우디 현지 로펌들과 합작 투자를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공룡 로펌들의 사우디행이 불붙은 건 역시 오일머니의 '위력' 때문이다. 사우디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6,500억 달러(약 847조 원) 규모의 사우디 국부펀드(PIF)를 앞세워 전기차, 게임, 스포츠 등 방대한 범위의 글로벌 산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로펌 입장에서도 사우디는 초대형 시장이다. M&A 관련 자문부터 관련 소송, 국제 중재, 부동산, 세금 분쟁 등에 이르기까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요 자체가 방대한 데다 막대한 수익도 보장된다. FT는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글로벌 M&A 가뭄이 극심해진 가운데, 사우디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실적 부진을 보완해 줄 국가"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도 최근 법령 개정을 통해 해외 로펌의 자국 사무소 설립을 허용하는 등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사우디 정부는 "더 넓은 범위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사우디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의 고질적인 인권침해 문제는 글로벌 로펌에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현지에서도 로펌이 사건을 수임할 때 윤리적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 대형 로펌 '그린버그-트라우리그'의 리처드 로젠바움 회장은 "우리가 진출하는 국가의 사법권과 지역 관습, 종교적 견해, 가치 체계를 판단하는 건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높은 수준의 윤리와 청렴성을 유지하면서 고객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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