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러분께서는 조금 전에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영화 한 장면을 감상하셨습니다. 30초가량의 이 영상이 다음 15회 광주 비엔날레의 주제와 형식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내년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 주제가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로 정해졌다. 26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주 비엔날레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판소리를 외국어로 번역하자면 ‘공공장소의 소리, 마당의 소리’ 등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판소리가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알고 있기에 관심을 끌었다”고 이번 주제를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비엔날레는 동시대 문화가 서로 만나고 교류하는 장”이라면서 “비엔날레가 지역적 특색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나아가는 교류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라는 주제가 주목하는 것은 결국 ‘공간’이다. 기후변화로 초래된 환경적 위기부터 이민자 등 사회적 소수자나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마주하는 공공의 공간에 얽힌 이야기들을 판소리의 형식을 통해서 전시장에 풀어낸다는 것이 부리오 감독의 계획이다.
관객들은 간단한 서사를 따라서 전시를 감상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전시를 3개의 섹션(분야)으로 구분할 예정이다. 각 섹션은 각기 다른 음향효과로 콘셉트를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첫째 섹션은 ‘라르센 효과’다. 이 효과는 두 개의 음향 방출기나 수신기가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소음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 섹션에서는 인간 활동으로 포화돼 공간 문제를 겪고 있는 현대 세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둘째는 ‘다성음악’으로 이는 여러 악기가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음악을 말한다. 이 섹션에서는 복잡한 세계가 겪고 있는 다양성의 문제를 작품을 통해서 구현한다. 마지막 섹션은 ‘태초의 소리’로 불교의 ‘옴’ 등을 뜻한다. 이 섹션에서는 비인간적 세계, 즉 인간 앞에 놓인 우주와 분자 세계 등 광대한 세계를 탐구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부리오 감독은 “이런 형식에 대해서 사실 아주 야심찬 구상을 하고 있다”면서 “비엔날레가 작품들을 의미 없이 걸어놓는 그런 전시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들이 저희 의도에 맞게 아주 정확한 시퀀스(영화의 장면)처럼 구성돼 관람객들이 그 구조와 그 길을 따라가면서 마치 영화를 보듯 감상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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