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 구자균 회장 소유차 167㎞ 과속 사건
회사 부장이 대신 출석해 "제가 운전" 자백
허위 진술 열흘 전 형사처벌 사안 설명 들어
회사 "가벼운 과태료인 줄 알고..." 해명과 배치
부장 측 "처벌 고지 제대로 못 받아 이해 부족"
대기업 회장 소유의 스포츠카 초과속 운전(제한속도보다 시속 80km 이상 초과) 사건에서, 부하 직원이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 사안이란 경찰 설명을 듣고도 "제가 차량을 운전했다"며 거짓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직원이 과태료(형벌이 아닌 행정처분) 사건이라 생각해 허위 진술했다"고 해명했으나, 수사기관은 허위진술 과정에서 모종의 말맞추기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소유 페라리 차량이 지난해 11월 9일 제한속도 시속 80㎞의 올림픽대로를 시속 167㎞로 내달리는 과속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제한속도보다 시속 80㎞ 이상을 초과해 운전한 사람은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진다.
당시 경찰은 운전자 확인을 위해 차량 소유주인 구 회장 측에 연락했고, LS일렉트릭의 지원혁신팀 김모 부장이 지난해 12월 12일(1차 출석) 경위 확인차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 김 부장은 일정 조율 없이 다음 날인 13일(2차)에도 경찰을 찾았고, 열흘 뒤인 12월 23일(3차) 재차 출석해 "제가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회장 개인 차량을 직원이 운전한다는 말을 믿기 어려워 김 부장을 추궁했고, 결국 올해 1월 "제가 한 게 아니었다"는 번복 진술을 받아냈다. 구 회장 역시 3월 말 경찰에 나와 자신이 운전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문제는 김 부장이 "운전했다"고 정식 진술(3차 출석)하기 열흘 전 출석 당시 이미 경찰관으로부터 형사처벌 가능성을 알리는 고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당시 초과속 사건은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 사안이라 누가 운전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김 부장에게 설명했지만, 그 설명 이후 돌아온 김 부장은 경찰에 "제가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LS일렉트릭 측은 "직원이 과태료 처분인 줄 알고 가볍게 여겨 거짓말했다"며 김 부장의 과잉 충성심을 내세웠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이미 고지 받은 정황이 나오면서 회사 측 해명은 신빙성이 떨어지게 됐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직원이 회장이 형사처벌 받을 수 있는 사건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본인이 책임지는 것으로) 알아서 처리하려 했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사안이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고 본다. 김 부장이 과속 건을 경찰에 다녀온 뒤 보고했고, 회사가 내부 논의를 통해 '부장 선에서 처리하라'는 뜻을 주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회사가 간부에게 회장 개인 일의 대응을 맡긴 자체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서부지검은 4월 경찰로부터 김 부장과 구 회장을 각각 범인도피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송치받아 사건 전반을 수사하고 있다. 김 부장 측은 이날 "형사처벌 대상인지 제대로 고지 못 받아 사안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으며, 회사 개입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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