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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공포와 팩트의 힘

입력
2023.06.26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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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본 오염수 배출이 이뤄질 경우 매출 타격을 우려하는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본 오염수 배출이 이뤄질 경우 매출 타격을 우려하는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독자분들께서 세계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시는지 묻기 위해 다음 두 질문을 드려본다.(정답은 칼럼 뒤 표시)

1.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 20% B: 40% C: 60%

2. 세계 인구 중 어떤 식으로든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얼마일까?

A: 20% B: 50% C: 80%

□많은 분들이 정답을 맞히지 못해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책할 일은 아니다. 한국 성인남녀의 1번과 2번 정답률은 각각 10%와 22%에 불과하다. 일본의 정답률은 7%와 15%로 더 낮다. 이 문제는 현대인들이 본능과 편견 때문에 세상을 얼마나 왜곡된 모습으로 이해하는지 소개하고,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도 다룬 ‘팩트풀니스’(FACTFULNESS)라는 책에 담긴 내용이다. 저자는 스웨덴의 통계학 분야 권위자이자, 의사로 활동해 온 한스 로슬링 등 3명이다.

□로슬링에 따르면 대부분 지구인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더 폭력적이고, 더 가망 없는 곳으로 여긴다. 지도자급 인사들조차 인류의 기술 수준이 한참 뒤떨어지던 1960년대 기준에 맞춰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가난과 여성인권 상황을 실제보다 낮은 수준으로 여긴다. 인류의 노력으로 세상의 격차가 해를 거듭할수록 해소되는 줄 모르고, 안타까운 격차가 오히려 심화하는 걸로 착각한다. 저자들은 객관적·과학적 사실에 충실할수록 세상을 오해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 원전 오염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계속 탱크에 보관하면 좋으련만, 국제사회 흐름은 방류결정을 용인하는 쪽으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핵심은 실제로 위험한지 여부다. 그 가늠자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직관적 정서를 자극하는 '원전'과 '오염'이란 말이 반복 유통되고 있다. 로슬링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겁주는 대신 사실에 근거해 바라보면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적다.",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겸손이 필요하다." 정직하다면, 진실을 마주하고 편안해지는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은 셈이다. (정답은 1번: C, 2번: C)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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