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첫방] '악귀', 한국판 오컬트의 자신감

지난 23일 첫 방송된 SBS '악귀'
김은희 작가의 오컬트 장르물 신작
배우 김태리의 또 다른 얼굴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다. SBS 제공

'악귀'가 강렬한 첫 등장으로 시청자들을 홀렸다. 작품 전반에 내재된 서늘함과 미스터리가 신선한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악귀'가 한국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지표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지난 23일 SBS '악귀' 1회가 방송됐다.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물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구강모(진선규)와 그의 딸 구산영(김태리)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어느날 밤 구강모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를 마주했고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구강모는 염해상(오정세)에게 '내가 죽으면 내 딸을 도와달라'라는 말이 적힌 유서를 남겼고 염해상과 구산영은 구강모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구산영은 구강모의 유품을 건드리게 됐고 그 순간 '받았다'는 기괴한 목소리가 들렸다. 염해상은 구산영의 그림자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구산영은 이를 믿지 않았다. 염해상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악귀가 구산영을 따라다닌다고 믿었고 실제로 구산영이 증오하는 이들이 연달아 죽음을 맞이했다.

결국 염해상을 찾아간 구산영은 이 세상에 인간과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서서히 믿게 됐다. 염해상은 구산영에게 "문 안과 밖은 다른 세상이니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구산영은 한 남학생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의 집에 찾아갔다가 죽은 남학생의 귀신을 목격하게 됐다.

김은희 작가의 새로운 도전

김은희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민속학 문헌에 나오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현재 살고 있는 청춘들이 어떻게 그런 귀신들에게 영향을 받고 흔들리는지 밀도 있게 풀어낸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또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아이 등 다양한 청춘들이 작품 속 악귀를 마주한다. 특히 구산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잠재된 욕망에 눈을 뜨고 악귀에 잠식되어 가는데 이 과정이 강렬한 공포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오컬트물의 다양성을 내포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15세 관람이기에 공포 스릴러물 특유의 잔인한 장면은 최소화됐지만 작품 전반적으로 깔린 서늘함으로 승부를 본다. 이는 김은희 작가가 갖고 있는 세밀한 디테일에서 나오는 매력이다. 김은희 작가는 민속학, 토속 신앙, 설화를 깊게 연구했고 실제로 교수와 문화재청 공무원 등을 만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서양 오컬트 장르와 결이 다른 한국판 오컬트 장르가 완성될 수 있었던 지점이다.

아울러 '악귀'는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감성인 '한'에 집중한다. 청춘이라는 키워드와 한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배우 김태리 특유의 감성이 작품의 또 다른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독 한여름에 사랑받는 장르인 공포물이 안방극장에 등장하면서 마니아를 비롯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악귀' 1회는 수도권 가구 10.8%, 전국 가구 9.9%, 순간 최고 12.8%를 기록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