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에선 사흘간 관련 보도 하나도 없어
시 주석 장기집권에 불만 여론 생길까 우려
바이든, 수습 나서... "미중 관계 영향 없을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지칭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언에 대한 중국의 대내외 대응이 180도 엇갈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겨냥해선 "정치적 도발"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문제의 언급 자체를 숨기며 쉬쉬하는 모습이다. '시 주석=독재자'라는 해외 시선이 중국 내 여론으로 옮겨붙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대외적 불만 표출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부정적 영향을 원 상태로 돌리고 그들의 약속을 지키려는 진지한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 정부와 국민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깊은 모욕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매우 터무니없고 무책임한 발언이자,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며 날을 바짝 세웠다.
'장기집권 불만 키울라'... 중, 국내선 바이든 비판 자제
문제의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지난 20일 미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모금행사에서 나왔다. 올해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과 관련, 그는 시 주석이 사태 초기에 이를 알지 못했다면서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건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일 것"이라고 말했다. 3연임 확정과 함께 장기 집권 가도에 들어선 시 주석을 독재자로 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이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18, 19일)으로 마련된 미중 간 긴장 완화 국면에 돌연 찬물을 끼얹는 언급이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 국내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조용하기만 하다. 중국 주요 매체와 인터넷 포털에서는 23일까지도 관련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평소 미국의 중국 견제 행보에 원색적 비판을 쏟아내던 관영 매체도 입을 닫고 있다. 마오 대변인의 비판 발언도 외교부 홈페이지의 정례 브리핑 기록에선 빠져 있다.
여기에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사실상 독재일 수도 있다'는 인상을 중국인들에게 심어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중국 지도부로선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다가 자칫 중국 내에서 시 주석에 대한 불만 여론에 불을 붙이는 부작용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를 했을 법하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 정책에 반발했던 '백지 시위', 시 주석 체제를 비판했던 '베이징 현수막 시위' 등에 대한 보도를 아예 통제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얘기다.
바이든 "조만간 시진핑 만남 기대"... 파장 수습
바이든 대통령은 나름대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백악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독재자' 발언이 미중 관계 안정화를 약화시키거나 복잡하게 할 것으로 보느냐"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No)"고 답했다. 이어 "(나의 발언으로 미중 관계에) 어떤 실질적 영향이 있을 거라 보지 않는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시 주석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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