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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신전에 불 지르기

입력
2023.06.24 0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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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원전 550년부터 10년 동안 건설된 아르테미스 신전은 에게해 연안의 에페소스에 있었다. 그리스의 시인 안티파트로스는 그 건물에 대해 당시 세계(그러니까 헬레니즘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찬사를 보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건물의 아름다움은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20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기원전 356년 방화로 인해 소실되었으니까. 헤로스트라토스라는 이름의 한 방화범 때문이었다.

그는 왜 신전에 불을 질렀을까? 이유는 상상 이상으로 한심한 것이었다. 그는 방화를 통해 유명해지고 싶었다고 한다. 에페소스의 관료들은 그를 사형에 처하고, 그를 언급하는 행위 또한 처벌함으로써 그의 꿈이 이뤄지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그는 성공했다. 지나치게 성공했다. 2,000년도 넘는 시간과 한강과 에게해 사이의 공간을 도약하여, 내가 그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이탈리아의 유튜버들이 '50시간 운전 챌린지'를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유튜버들은 람보르기니 슈퍼카 내부에서 50시간 동안 나가지 않고 서로 교대로 운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주행하던 승용차 하나를 맞은편에서 들이받았다. 이 교통사고로 5세 남아가 죽고, 어머니와 3세 여아가 부상을 입었다. 당시 운전 중인 것으로 생각되는 유력한 용의자는 대마초 성분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니 해보지 않은 사람도 50시간 동안 차에 박혀 있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고 있다. 설령 슈퍼카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그것을 자처하다니,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고통과 지루함 속에서 사람의 판단력과 집중력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필연적인 비극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소위 챌린지라는 명목의 자해 행위가 벌어지는 것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022년 10월, 기아자동차를 훔치는 기아 챌린지를 벌이던 10대 6명이 충돌 사고를 일으켜 그중 4명이 사망했다. 2023년 1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기절할 때까지 숨을 참는 숨 참기 챌린지로 최소 8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2023년 5월, 알코올 도수가 60도에 달하는 백주를 하루 만에 7병 마시는 챌린지에 나섰던 한 중국인 인플루언서가 챌린지 직후 사망했다. SNS에서 벌어지는 여러 챌린지와 이로 인한 사망, 부상 사고는 지독히도 흔하다. 심지어 앞선 예시처럼 애꿎은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사고도.

누구나 관심을 원한다. 그리고 이제 개인도 관심을 끌 방법이 많다. 그러니 이는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 관심을 얻는 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반면 파괴적인 콘텐츠로 관심을 얻는 것은 그나마 쉬운 일이다. 누구나 단번에 웃길 수 있는 농담을 만드는 것은 머리에 쥐가 나는 일이지만, 감기약 시럽으로 닭고기를 졸여 먹는 챌린지를 벌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

만약 헤로스트라토스가 이 꼴을 볼 수 있다면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문화재에 불을 지른다고 사형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더 쉽게 관심을 얻을 수 있었을 테니. 어쩌면 수십만 구독자를 끌어모으고 부자가 될 수도 있었을 테고.


심너울 SF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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