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인종차별 대화한 울산 축구선수 상벌위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 징계
울산 구단엔 관리책임 물어 제재금 3,000만 원
울산 현대 소속 정승현(왼쪽부터)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이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인종차별 관련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인종차별 발언에 대한 징계가 내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울산 현대 소속 선수와 구단 매니저 등 5명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에게 출장정지 1경기와 제재금 1,50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 해당 대화에 참여했으나 인종차별 발언을 하지 않은 정승현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울산 구단에는 관리 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 원을 부과했다.
상벌위는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인종차별 내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징계 수위는 해외 리그의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인종차별 관련 징계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맹은 인종차별 언행을 한 선수에게 최대 10경기 이상 출장정지 또는 1,000만 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용우를 비롯한 이들은 이달 10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마치고 이명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화를 나누다 2021년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국가대표 수비수 사살락(부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동남아시아인을 조롱하는 듯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이명재의 피부가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그를 ‘동남아 쿼터’라고 지칭했다. 특히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며 실명을 거론했고, 팀 매니저는 “사살락 슈퍼태킁(태클)”이라고 적으며 합세했다. 이후 축구 팬들이 이를 인종차별적인 언사라며 비판하자 이명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박용우는 SNS 계정을 통해 "팀 동료의 플레이 스타일, 외양을 빗대어 말한 제 경솔한 언행으로 상처받았을 사살락 선수 그리고 모든 팬, 주변인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글을 남겼다.
울산 역시 구단 SNS를 통해 “선수단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피해 당사자와 관계자 그리고 팬 여러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빠른 시일 안에 사태 파악과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소속 인원 전원 대상 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홍명보 울산 감독 역시 “실명이 거론됐던 선수, 가족들, 그리고 그 선수가 지금 뛰고 있는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팬들, 멀리 나가 태국의 축구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들은 이날 정장 차림으로 상벌위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1시간가량 소명 후 회의실을 나온 박용우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이번 일로 많이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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