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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흉상이 한국에…국립중앙박물관에 고대 그리스 · 로마실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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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흉상이 한국에…국립중앙박물관에 고대 그리스·로마실 신설

입력
2023.06.22 15:06
수정
2023.06.22 15:3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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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흉상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김민호 기자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흉상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김민호 기자

고대 그리스·로마 장군과 황제들의 흉상이 한국에 왔다. 비극적 최후로 유명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년~기원전 44년)부터 로마가 평화를 한껏 누렸던 하드리아누스(재위 117~138년)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인물들의 얼굴이 대리석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가까이 앞선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들을 한데 모은 전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2027년 5월까지로 사실상 상설전시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대 그리스·로마실을 신설하면서 오스트리아의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집트실(2019~2022년), 세계도자실(2021~2023년), 메소포타미아실(2022년~현재)에 이어서 네 번째로 개최하는 세계 문명, 문화 주제관 전시다. 흉상들뿐만 아니라 청동 조각상, 도기 등 126점이 관람객들을 만난다.

전시는 먼저 그리스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신화의 세계를 소개한다. 자연의 변화를 신들의 분노, 싸움 등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했던 그리스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화가 로마 사람들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유물들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전시장에서는 로마 시대에 제작된 ‘그리핀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1~2세기)나 ‘만물의 시작과 끝과 중간을 손아귀에 쥔 신(제우스)’ (1~2세기) 등 기괴한 생물들의 조각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러한 유물들은 신전이나 도서관, 체육관, 극장 등에서 당대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었다. 작은 조각들은 가정의 제단에 두기도 했다. 이러한 신화를 공유하면서 공동체의 결속을 다진 것이다.

디오니소스 등 고대 그리스 신화를 담은 도기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김민호 기자

디오니소스 등 고대 그리스 신화를 담은 도기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김민호 기자

그리스 조각들을 복제한 로마의 조각들도 주요한 볼거리다. 로마 사람들은 그리스 시기의 조각 걸작들을 수집하고 대규모로 복제해서 공공장소는 물론, 개인 저택에 세워두기도 했다. 그리스 미술품들은 기원전 2세기경부터 전리품으로 로마에 유입됐는데 기원전 5~4세기에 만들어진 걸작들이 활발하게 복제됐다. 그리스의 걸작들은 현재는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현대인들은 로마 사람들이 복제한 작품들을 통해서 원본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다.

즉, 복제는 문화를 이식하고 전파하는 방법이었다. 이번에 전시된 대리석 조각인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초상’(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역시 로마 시대에 제작된 두상을 르네상스 시대에 코와 가슴 등을 덧붙여 흉상으로 만든 것이다. 문화는 이렇게 조각을 통해서 그리스에서 시작해 로마,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 한국까지 전해진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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