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병원 출산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23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인 23명을 표본 삼아 살펴봤더니, 경기 수원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아이 시신 2구가 발견됐다. 30대 친모가 2018년과 2019년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살해해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채 4~5년간 생활해 왔지만 이제야 적발된 것이다. 나머지 2,200여 명을 전수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로 드러난 이번 영아 살해 사건은 미등록 영유아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유사한 일은 반복되고 있다. 2006년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한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은 이번 사건과 꼭 닮았다. 프랑스인 부부는 연년생 아이들을 출생 직후 살해하고 3년 넘게 집안 냉동고에 보관했다. 2017년에도 부산에서 30대 여성이 출산 직후 숨진 영아 2명을 수년간 냉장고에 유기했다. 2020년에는 전남 여수에서, 2021년에는 인천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끔찍한 사고가 되풀이되는데도 출생신고 없이 방치된 아이가 수천 명이라니 답답한 노릇이다.
가장 큰 원인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더라도 해당 병원은 행정기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다는 데 있다. 부모가 직접 1개월 내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는 고작 5만 원이다.
복지부는 어제 오후 부랴부랴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직접 등록하는 출생통보제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했다.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위험한 출산을 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제도(보호출산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도입을 공언하고 법안까지 제출돼 있지만, 행정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료계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던 내용들이다. 이번만큼은 빈말이 아니어야 한다. 이번에 확인된 2,200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도 서두르길 바란다. 십수 년째 ‘미등록 갓난아이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게 가당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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