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데이원 선수들 19일부터 굵은 땀방울
훈련 분위기만큼은 밝게 "긍정적인 생각만"
가장 힘든 점은 밀린 월급..."집 가면 허탈"
바람은 인수 기업 나타나 모두 함께 뛰는 것

재정 문제로 리그에서 퇴출된 고양 데이원 농구단 선수들이 21일 고양체육관에서 훈련을 마친 뒤 미팅을 하고 있다. 고양=김지섭 기자
“우울해할 필요 없다. 긍정적인 생각만 가지려고 한다.”
21일 경기 고양체육관 지하 보조연습장에서는 재정 문제로 프로농구에서 퇴출당한 고양 데이원 소속 선수들이 희망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팀은 공중분해 됐지만 남은 선수들의 구원 투수가 된 한국농구연맹(KBL)의 도움으로 훈련 개시일(19일)에 맞춰 익숙했던 장소에서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전성현과 이정현, 군 입대 예정 선수를 제외한 전원이 운동에 전념했다.
소속팀이 사라져 유니폼도 제각각이었지만 훈련 분위기는 생각보다 밝았다. 주장 김강선은 “운동할 때만큼은 분위기가 괜찮다”며 “선수들끼리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면서 하다 보니까 밝아진다”고 밝혔다. 선수들을 잊지 않고 응원하는 팬들의 존재도 힘이 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날 선수들의 손에는 ‘힘내요, 파이팅’ 문구가 적힌 커피가 들려 있었다. 김강선은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며 “솔직히 부담도 되는데 팬분들이 ‘힘든 거 아니까 부담을 갖지 말라’고 얘기해 준다.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팬들이 '힘내요' 문구를 적은 커피 선물을 들고 있는 주장 김강선. 김지섭 기자
몇몇 선수는 용인과 수원 등에서 2시간 넘게 걸려 체육관을 오가느라 지칠 법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것보다 몸이 힘든 게 낫다”며 장시간 이동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난 시즌에 데뷔한 신인 안정욱은 “프로팀에 입단하자마자 어려운 상황을 겪어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열심히 운동하면서 좋은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계약 기간 3년, 첫해 연봉 2억 원에 데이원과 도장을 찍은 이적생 김민욱도 “내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처음 단체 훈련에 참여한 그는 “어쨌든 시즌은 시작되니까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며 “기존 선수들이 5개월이나 월급을 못 받아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된다. 그런데도 훈련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희망을 갖고 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KBL도 선수들이 희망을 계속 붙잡을 수 있도록 팔을 걷어붙였다. 데이원 구단이 고양체육관 대관료를 1억7,000만 원가량 내지 않아 고양시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았는데 데이원 대신 사과하고 간곡한 설득을 해서 사용 허가를 받았다. 한 달 치 체육관 사용료(약 800만 원)도 선지급하기로 했다.

선수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구내식당 모습. 김지섭 기자
선수들의 하루 두 끼 식사를 책임지기로 한 체육관 구내식당 사장님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선수들의 안쓰러운 상황을 인식하고 한 끼당 3만 원에 책정된 가격보다 푸짐하고 정성스럽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구내식당 표성자 사장은 “잘 먹어야 운동도 열심히 할 수 있다”며 “메뉴에 없어도 선수들이 원하면 그 음식을 해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선수들은 체육관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면 힘든 현실을 다시 인지하게 된다고 한다. 전신 오리온 시절부터 10년째 고양에 머물고 있는 한호빈은 “운동 후 집에 있으면 진짜 공허하다. 특히 혼자 사니까 더 그렇다”며 “월급이 밀려 돈이 없으니까 밤에 잠도 안 온다. 선수들끼리도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게 밀린 월급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라고 털어놨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 김지섭 기자
선수들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새로운 인수 기업이 나오는 것이다. KBL은 현재 팀 창단에 관심을 나타낸 부산시와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만약 인수할 곳을 찾지 못하면 데이원 소속 18명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특별드래프트를 진행하고, 선수들은 다른 9개 팀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김강선은 “최악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 “빨리 팀을 찾아 좋은 환경에서 팬들에게 멋진 농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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