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대표 250억 원 들고 잠적
군, “피해 줄이기 위해 사업 포기”
지난해 9월 27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호텔 착공식에서 김윤철 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합천군 제공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호텔건립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시행사 대표가 거액의 대출금을 횡령해 잠적한지 두 달 만이다.
22일 합천군에 따르면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 사업 시행사인 모브호텔앤리조트 대표 A(57)씨는 지난 4월 19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금 250억 원을 들고 잠적했다.
군은 용주면 영상테마파크 내 옛 한세일보 자리 1,607㎡ 부지에 연면적 7,336㎡ 200실 규모의 호텔을 건립하기로 하고 2021년 9월 모브호텔앤리조트와 시행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군은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시행사는 호텔을 지어 군에 기부채납한 뒤 20년간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사업비는 총 590억 원 규모로 시행사는 40억 원을 투자했다. 나머지는 550억 원은 PF를 통해 대출받고, 합천군이 보증을 섰다.
그러나 지난 3월 A씨는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군에 사업비 증액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설계비를 부풀린 정황이 드러났다. 대출금 550억 원 중 남은 돈도 263억 원 뿐이었다. 공사비 등으로 지출한 37억 원 외에 250억 원이 모자란 금액이다.
합천군은 A씨 등 사업 관계자 5명을 배임·횡령 혐의로 지난달 31일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15일에는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치돼 있던 263억 원을 상환한 데 이어 대리금융기관에 PF대출 미연장도 통보했다. 사업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김윤철 합천군수도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기관과 전담변호사 자문, 향후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며 호텔건립사업 백지화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 사태로 합천군은 이자를 포함해 300억 원 가량의 빚을 떠안게 됐다. 군은 구상권 청구를 위해 시행사 계좌를 가압류 조치하고, 시행사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 법적 책임 여부에 따라 재원을 마련해 변제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김 군수는 “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과 관련해 군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차 점검하고 검증해 향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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