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당정은 왜 매번 대통령을 앞세우려 하나

입력
2023.06.22 04:30
26면
0 0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정부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 문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를 배제키로 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문책성 발언 다음 날 교육부 담당 국장이 경질됐고 며칠 뒤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했다.

과도한 사교육 의존을 줄이고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방향성 자체에 반대할 이는 많지 않을 테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대입 공정성의 전제는 교육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달려 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널뛰는 수능 기조와 혼란이야말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 입시 컨설팅에 기대는 주요 원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윤 대통령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윤 대통령의 ‘공정 수능’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다. 윤 대통령이 진작부터 교육과정 밖 수능 출제를 ‘사교육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교육과정 내 출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윤 대통령을 ‘전문가’라고 추켜세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입시에 대해 수도 없이 연구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저도 전문가이지만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지시를 신속하게 이행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바뀐 정책 기조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수험생과 학부모 등 국민을 향한 사과는 없었다.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검사생활을 하면서 입시 비리 사건을 수도 없이 다뤘고, 특히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고 보탰다.

정부가 윤 대통령을 앞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학제 개편을 추진하면서도 “초중고 12학년의 현재 학제를 유지하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는 윤 대통령 발언이 먼저 소개됐다. 올해 3월 노동부의 ‘주 69시간제’ 추진 때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정책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성급하게 소개되면서 사회적 혼란을 키웠고, 그 여파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귀결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폭발력이 큰 개혁 정책이어서 윤석열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는 담지 않았지만 인수위에서 구체적 이행 로드맵까지 고민해 뒀던 사안”이라며 “교육부가 사회적 공론화나 학제 개편의 구체적 청사진 마련 작업은 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 기대 쉽게 가려다 교육 개혁 의제를 날려 먹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내에서도 당장 킬러 문항 수능 출제 배제가 과연 대통령이 직접 지시할 사안인가라는 회의가 나온다. 국민들은 대체로 대통령 메시지가 나오면 뒤이어 그에 걸맞은 범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데, 정부가 ‘공정 수능’과 관련한 정책 패키지를 준비해 뒀는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과감한 결단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당정이 대통령을 앞세우는 면도 있겠지만 이래서야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통 방식과 무슨 차이가 있냐”며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이지 정책 전문가로 비춰지게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동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