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국 관료 감시 및 귀국 협박
스토킹 혐의 등으로 '유죄 평결'
미 법무부 "억압 정권 책임" 비판
미국 법원이 중국의 해외 도피 사범 본국 강제 송환 계획인 이른바 '여우 사냥' 작전에 가담한 관련자 3명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해당 작전과 관련한 첫 법적 처벌로, 이들 중에는 뉴욕 경찰관 출신인 미국인도 포함됐다. 미 법무부는 "억압적인 정권이 국민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도록 돕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중국 정부를 정조준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뉴욕 동부연방지검에 따르면, 이날 브루클린 연방지법 배심원단은 스토킹·공모 등 혐의로 기소된 정충잉(27)과 주융(66) 등 피고인 2명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두 사람은 미국 영주권을 가진 중국인이다. 배심원단은 또, 사설탐정으로 일하면서 이들의 범죄 행위에 가담한 전직 뉴욕 경찰 마이클 맥마흔(55)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맥마흔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도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는 미국에서 중국의 '여우 사냥 작전'과 관련해 나온 첫 유죄 판단이다. 뉴욕동부지검은 "정충잉과 주융은 각각 최고 10년과 25년형을, 맥마흔은 최고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 사람은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정충잉 등은 2016~2019년 전직 중국 관료인 쉬진과 그의 가족을 감시하고 협박해 귀국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쉬진과 그의 부인이 뇌물수수·횡령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쉬진은 2010년부터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귀국 시 최대 사형 선고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쉬진 강제 귀국 시도는 매우 집요했다. 검찰 수사 결과, 고향에 남은 쉬진의 가족을 투옥하는가 하면, 2017년 그의 부친(82)을 아들의 거주지인 미국 뉴저지로 보내 귀국을 설득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쉬진이 중국에 돌아가지 않자, 정충잉과 주융은 이듬해인 2018년 그의 자택을 찾아가 "귀국해서 10년만 감옥에 있으면 아내와 자녀들은 무사할 것"이라는 내용 등을 적은 협박 편지를 남겼다.
이를 위해 맥마흔은 2016~2017년, 6개월에 걸쳐 쉬진을 감시하고 그에 관한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NYT는 "맥마흔은 중국 우한 공안으로부터 직접 지침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해외로 도주한 부패 사범을 귀국시킨다는 명목으로, 2014년부터 '여우 사냥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수년 동안 작전에 가담한 관련자들을 여러 차례 기소해 왔으며, 나머지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날 매튜 G. 올슨 미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피고인들은 피해자 가족을 위협하는 등 중국(정부)을 대신해 괴롭힘과 강압 작전을 벌였다. 억압적인 정권이 미국 국민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도록 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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