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미뤄진 '마수걸이 승'... 답답한 클린스만호

황의조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막판 동점골 허용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4경기 무승
공격 마무리·수비 조직력 강화 숙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을 1-1 무승부로 마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클린스만호의 ‘마수걸이 승’이 또 한 번 미뤄졌다. 황의조(FC서울)의 선제골을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 3월 A매치(1무 1패)까지 포함해 부임 후 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에서의 섬세한 마무리와 수비조직력 강화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축구대표팀은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첫 승이 간절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0-1로 패했던 16일 페루전과 비교해 선발 멤버를 4명이나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최전방 공격수부터 변화를 줬다. 4-2-3-1 전형의 꼭지점에 오현규(셀틱) 대신 조규성(전북 현대)을 내세웠다. 2선에는 페루전과 마찬가지로 이강인(마요르카) 황희찬(울버햄프턴) 이재성(마인츠)이 자리했고, 중원에는 지난 경기에서 교체 출전한 박용우(울산 현대)가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4백 구성도 바뀌었다. 중앙수비는 페루전과 마찬가지로 박지수(프로티모넨스)와 정승현(울산 현대)이 맡았지만, 좌우 풀백은 김진수(전북 현대)와 설영우(울산 현대)가 새롭게 호흡을 맞췄다. 골키퍼 장갑은 주장 완장을 찬 김승규(알 샤밥)가 꼈다. 스포츠 탈장 수술 여파로 페루전에 결장한 손흥민(토트넘)은 이번에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약체 엘살바도르를 상대로도 한국은 초반부터 경기 주도권은 잡았지만 좀처럼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조규성이 전반 9분과 13분 각각 헤더와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이어 이강인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때렸지만 역시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사이 엘살바도르가 역습에 나섰다. 전반 18분 나르시소 오레야나가 박용우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중거리슈팅을 때렸고, 전반 31분 크리스티안 마르티네스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슈팅을 날렸다. 모두 골대를 벗어났지만 한국의 수비는 순식간에 라인이 무너지는 허점을 드러냈다.

전반전 유효슈팅은 단 2개. 클린스만 감독은 답답한 공격의 활로를 뚫기 위해 후반 시작과 함께 이재성을 빼고 황의조를 투입시켰다. 용병술은 곧바로 결과를 냈다. 황의조는 후반 4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후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섰고, 지체 없이 슈팅을 날려 엘살바도르의 골망을 흔들었다. 2022년 6월 14일 이집트와의 평가전 이후 1년 만에 기록한 황의조의 A매치 득점이다.

한국은 여세를 몰아 후반 25분 손흥민과 오현규를 투입시켜 추가골을 노렸다.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후반 39분에는 수비진영까지 내려와 상대 공을 빼앗아 패스로 연결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경기 막판 수비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후반 42분 한국 진영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엘살바도르는 낮고 빠르게 공을 띄웠고,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알렉스 롤단이 다이빙 헤더로 동점골을 기록했다.

대표팀은 1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6월 A매치 2연전을 마무리지었다.

대전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