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장관, 北 도발 막는 데 中 역할 강조
미중 대화에 한반도 이슈 다뤄진 건 긍정적
중국이 미국 요청에 응할 가능성 매우 낮아
"향후 미중 대화에서 北 대화 계기 마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베이징을 찾아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중국이 나서달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마주 앉은 미중 고위급 인사가 한반도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만 한미일 공조에 맞서 북중러가 바짝 결속한 한반도 정세에 비춰 중국이 이 같은 요청에 화답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결국 미중 모두 북한을 고리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블링컨 장관 "중국은 특별한 위치" 대북 영향력 행사 촉구
블링컨 장관은 19일 주중미국대사관에서 방중 성과를 설명하며 "갈수록 극단화하는 북한의 언사에 대해 중국 측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책임 있게 행동하고,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를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게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이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뒷배로 통하는 중국이 영향력을 적극 행사해 달라는 것이다.
그간 미국은 대북 지렛대로 중국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앞서 트럼프 정부와 달리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신중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위기 등 다른 급박한 현안에 치중하면서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블링컨 장관의 제안 자체를 의미 있게 평가하면서도 중국이 이에 호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0일 "중국도 쌍중단과 쌍궤병행이라는 기존 주장을 블링컨 장관 앞에서 되풀이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의 동시 중단, '쌍궤병행'은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을 의미한다. 중국이 강조해온 북한 문제 해법이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나서야 한다는 한미 양국의 접근과는 결이 다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중이 모두 상대를 압박하는 카드로 북한을 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이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각자의 외교적 이익을 관철시키는 카드로 북한을 활용한다는 얘기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방관해 동북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반면, 중국은 한미군사훈련 탓에 북한이 자극받아 긴장이 고조됐다며 맞서왔다.
다만 미중 양국이 고위급 소통을 재개한 만큼, 후속 협상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지 않다. 양 교수는 "1970년대에도 미중 간 데탕트(긴장완화)에 돌입하면서 양국의 권고로 남북 대화가 이뤄졌다"면서 "남북과 미중이 참여하는 4자 평화회담이 한반도 문제의 현실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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