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미 국무, 시 주석 면담 후 기자회견
"미중 지속적 의사소통으로 이견 관리 필요"
대만해협 안정·우크라이나·북한 문제도 논의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토니 블링컨 장관이 19일 미중 관계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할 수 있는 ‘특별한(unique) 위치’에 있다며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도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시 주석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에서 가진) 모든 회담에서 (미중) 고위급 인사 간 직접적이고도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양국의 이견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전달했다”며 “이는 경쟁이 갈등으로 전환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측 역시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며 “미중은 모두 (양국) 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라고 덧붙였다.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 이후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베이징을 찾은 블링컨 장관은 18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19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날 오후 시 주석과 35~40분간 면담했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양국은 올해 2월 중국 정찰풍선 미국 영공 침입 사태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최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인근에서 중국 함정과 전투기의 미군을 겨냥한 위협 행동으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측이 ‘디리스킹(deriskingㆍ위험 회피)’을 강조하고 블링컨 장관이 이날 시 주석까지 면담하면서 양국은 극단의 갈등 대신 일단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고위관리들이 몇 주 내 중국을 추가 방문하고, 친강 외교부장도 곧 워싱턴을 방문하기로 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왼쪽 두 번째)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다만 대화 재개에도 불구하고 미중 관계가 완전히 해빙된 것은 아니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고 있고 이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중국의 무력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 ‘군사 대 군사 연락과 만남’을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도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시 주석에게 말했고, 중국 측으로부터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또 중국 민간기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러시아에 제공할 가능성도 매우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전달됐다.
블링컨 장관 방중 과정에선 북한 문제도 논의됐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갈수록 극단화하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중국 측과 논의했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이 책임 있게 행동하고,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 대화를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데 관심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하고,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만 이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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