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32위→40위 큰 폭으로 하락
기재부 "재정준칙 제정 등 건전성 노력"
한국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전년보다 한 계단 떨어진 28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나온 이번 평가에서 경제성과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방만 재정’이 발목을 잡았다. 추락한 주가지수 변화율과 인센티브 매력도는 금융시장 취약성과 후진적인 규제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19일 IMD는 ‘2023년 국가경쟁력평가 결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64개 대상국 중 28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2021년 23위였던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27위)에 이어 2년 연속 밀려났다. 한국의 역대 최고 순위는 22위(2011~2013년), 최저 순위는 41위(1999년)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000만 명을 넘는 7개국 중에선 미국(9위)과 독일(22위)에 이어 3위를 기록(지난해 4위)했다. 영국(29위)·프랑스(33위)·일본(35위)·이탈리아(41위)보다 상위에 올랐다.
IMD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부문별로 계량·설문 지표를 취합해 순위를 매긴다. 부문별로 보면 경제성과가 22위에서 14위까지 뛰며 종전 최고기록(2015년 15위)을 갈아치웠다. 국내 경제(12위→11위)·국제투자(37위→32위)·고용(6위→4위)·물가(49위→41위) 등 각 분야에서 순위가 오른 효과가 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치솟는 물가 등 어려운 상황을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안정화한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의 물가상승률(3.7%·4월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7.4%)의 절반에 불과하다.
정부효율성은 하락(36위→38위)했다. 그중에서도 재정(32위→40위) 부문의 하락폭이 컸다. 한때 1위(2003년)였던 재정 평가순위는 국제금융위기(18위·2008년) 때에도 20위를 넘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선 20~30위 사이를 오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 급격한 확장재정을 편 탓에 해당 순위는 내리막길을 탔다. 2021년 26위→2022년 32위→2023년 40위로, 불과 2년 만에 14단계 급락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지난 정부에서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빨랐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7.6%에서 지난해 49.6%까지 불어났다.
이번 정부가 민간주도성장을 외치며 대규모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보조금의 경쟁저해 정도(35→45위)나 외국인투자자의 인센티브 매력도(28→40위)는 하락했다.
기업 효율성(33위)과 인프라(16위)는 전년과 순위가 같았다. 다만 기업 효율성 세부 항목인 주가지수 변화율은 10위에서 60위로 주저앉았고,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용이성(36→41위)도 하락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국내 주가 하락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의 주가 변화율은 25%다. 미국(8.8%)과 일본(9.4%), 독일(12.3%) 등 다른 주요국보다 약 3배 가까이 변동성이 크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재정준칙 입법화 등 건전재정 노력으로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규제개혁 같은 경제 체질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국가별로는 덴마크가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11위였던 아일랜드는 2위로 올라섰고, 스위스·싱가포르·네덜란드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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