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이번 판결 노란봉투법과 거의 비슷"
한국노총 출신 이정식 장관 비판도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따질 때 참여 조합원 개개인의 지위와 역할,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놓고 해석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반대하는 고용노동부는 장관이 직접 등판해 "판결 내용과 법안 개정이 무관하다"고 선을 긋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판결을 곡해해 편집했다"며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와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현대자동차 손해배상 판결 당사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5일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기 위해서다.
현대차 해고자이자 20억 원짜리 손해배상 소송 당사자인 엄길정씨는 기자회견에서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사자들은 통장 급여뿐 아니라 부동산까지 압류당하며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노동자에 대한 손배 가압류가 자본에는 악마의 무기"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불법파견에 항의하다 수십억짜리 고통을 겪는 동안 현대차는 불법파견으로 고작 3,000만 원 벌금을 맞았다"면서 "노조법 2·3조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장석우 변호사는 "무분별하게 전원에게 적용되던 부진정연대책임(공동 불법행위에 대한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손해배상 시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 개별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은 노란봉투법과 거의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명 책임이 사측에 있는 건 어떤 종류의 손해배상에서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노조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검토에 대해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아주 예외적이고 한계적인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를 모아 마지못해 해야 하는 것이 거부권 행사고, 그것이 대의제와 의회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우리 헌법 자유민주주의 핵심요소"라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협박성 입법 간섭행위가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설명하고 설득해 이해를 구하고 합의안을 만들어 내는 게 대통령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두 차례에 걸쳐 이번 판결과 노란봉투법의 연관성을 부인한 고용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고용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이 부진정연대책임을 부정하는 반면 판결문은 이를 부정하지 않아 둘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판결 직후 주장했다. 전날에는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같은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고용부 보도자료를 보긴 했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번 판결은 일반 법리를 앞에 제시한 뒤 판결을 했고, 그것은 명시적으로 부진정연대책임 개념을 그대로 쓸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도 "판결문 중에 '조합원에게 쟁의행위 정당성을 일일이 판단하게 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킨다'는 말이 들어 있는 것만 봐도 의도를 알 수 있다"며 "고용부 주장은 대법원 판결을 완전히 곡해해 편집한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장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이 장관은 과거 손잡고 토론회에 참석해 '본인은 물론 가족, 친척, 친구까지 파괴하는 것이 손배가압류'라고 주장했었다"며 "자리가 달라져도 주장이 달라지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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