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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승부수로 리더십 위기 돌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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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승부수로 리더십 위기 돌파하나

입력
2023.06.20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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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포기' 선언해 당 혁신위에 힘 실어
친명 "이재명답다" 비명 "방탄 해소 계기"
수사·재판 상황에 '무죄 입증' 자신감 반영
사법리스크·리더십 위기 돌파구 마련 차원
영장 청구 시 2018년 권성동 모델 참고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 2월 27일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 약 넉 달 만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승부수인 동시에 내년 총선에 앞서 '방탄 프레임'을 벗고 당내 혁신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영장실질심사 받고 檢 무도함 밝힐 것"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검찰이 나를 소환한다면 열 번이 아니라 백 번도 응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성남시와 경기도에 대한 고강도 검찰 수사를 언급하면서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이라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연설 직후 취재진과 만나 "민생과 나라 살림을 챙겨야 될 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문제로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깜짝 선언한 배경을 설명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은 민주당 혁신을 강조하는 대목 직후에 나왔다. 이날 대표 연설에 앞서 취재진에게 배포된 공식 연설문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본회의 직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서 공유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친명·비명 긍정 평가... 출범 앞둔 당 혁신위에 힘 싣기

이 대표의 선제적인 선언은 출범을 앞둔 당 혁신위원회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의 예상 의제 가운데 하나인 국회의원 특권 포기에는 불체포 특권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가 혁신위에 운신의 폭을 넓혀준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재명계는 물론 비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안위보다 명분을 앞세운 행보를 했다"는 긍정 평가가 다수였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답다. 국민과 정의의 승리를 믿는다"고 밝혔고,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매우 잘한 결정"이라며 "이를 통해 방탄국회, 방탄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최근 이 대표가 자신의 수사와 재판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이날 발언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사법 리스크의 핵심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법정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언론 기사를 인용하며 "엉터리 증거"라고 평가하는 등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13일 오전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13일 오전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비명 눈치 보지 않겠다" 리더십 위기 돌파 의도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후 잇달아 민주당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속내도 감지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압도적으로 부결될 것이란 당내 예측과 달리 30표 이상의 무더기 이탈표가 쏟아지면서 이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의혹에 대한 당 지도부의 무딘 대응을 두고도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와 연결 짓는 해석이 많았다. 이에 이 대표는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쇄신보다 통합에 방점을 찍어왔다.

그러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함에 따라 "앞으로 비명계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진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쇄신 주도권을 쥐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당 일각에서 나온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론'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2018년 7월 4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7월 4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장청구 시 2018년 권성동 모델 참고될 듯

만약,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추가 청구된다면 2018년 현직 의원 신분으로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사례가 참고될 전망이다. 당시 권 의원은 '방탄' 논란 끝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했고 여야 원내지도부가 이를 존중해 7월 임시국회 소집일을 7월 16일로 늦췄다. 이후 권 의원은 6월 임시국회 종료 후 7월 임시국회가 소집되기 전인 7월 4일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국회 회기 중에만 효력이 있기 때문에 회기 사이에 공백을 둬 효력을 정지시킨 것이다.

이성택 기자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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