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시작 20년 만에 달성
하루에 두 번 백록담 오르기도
“다음 목표 백두산 높이 2744회”
"20년 전까지만 해도 한라산을 멀리서 쳐다만 봤지 오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죠."
20년간 매주 두 번꼴로 제주 한라산 정상에 올라 1,950회 등반 기록을 세운 고석범(67)씨 얘기다. 2002년 12월 1일 첫 등반을 시작한 고씨는 18일 오전 9시 1,950번째 한라산 백록담 정상을 밟았다. 한라산 백록담 높이인 1,950m와 같은 횟수라 화제가 됐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제주지맹 회원이자 봉사단체인 한라산지킴이 회원 고씨는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운동은 타고난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여기다가 의사의 권유를 받고 등산을 시작했다”며 “이렇게 오래 한라산을 오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주변 동료들의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라산에 오르기 전까지 고씨는 등산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직장이었다. 잦은 음주와 업무 스트레스가 이어지면서 체중이 크게 늘어난 고씨는 2002년 7월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의사의 권유에 따라 간단한 걷기 운동을 하다가, 같은 해 겨울 직장인 한국전력 제주지사 산악회 모임에 합류했다. 고씨는 "어릴 적 한두 번 가봤던 한라산을 몇십 년 만에 처음 오르니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 근육도 저려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씨는 이후에도 꾸준히 산행을 하면서 날짜와 소요 시간, 특기 사항 등을 적었다.
좀 더 전문적인 등산 지식을 얻기 위해 2005년에는 한라산등산학교에도 등록했고 등반 목표도 세웠다. ‘1년에 100회 등산’ 계획을 세워 달성한 고씨는 다음 목표로 '한라산 1,950회 등정’을 세웠다. 고씨는 "새벽에 등반한 후 직장에 출근하거나 하루 2차례 백록담 정상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2016년에 한 해에만 165회나 등반했다. 체력에 자신감이 생기자 마라톤도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실제 고씨는 이후 최근까지 마라톤 풀코스 253회를 비롯해 울트라마라톤(100㎞ 이상) 55회, 철인3종 41회 완주를 달성했다. 고씨의 다음 목표는 한라산 등반 2,744회다. 794회를 추가해 백두산 높이(2,744m)에 맞출 생각이다.
고 씨는 “주위에서 왜 그렇게 많이 산에 가냐고 물으면 보약 먹으러 간다고 답할 정도로 등산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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