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어머니,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둔 연주자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첫 내한 공연
"어머니 나라서 첫 공연, 감정적 연주될 듯"
"아프리카계 美 작곡가 이어 한국·일본 작곡가에도 관심"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1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연주를 하고 있다. 뉴시스
"새로운 관객과 만나는 낯선 곳의 연주는 언제나 설레지만 제 정체성과 연관 있는 한국에서 하는 이번 연주는 약간 감정적이 될 것 같네요."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첫 무대를 갖게 된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27)가 밝힌 내한 소감이다. 재일교포 3세인 한국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구스비는 20일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과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1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구스비는 "어머니의 희생 없이는 바이올린을 연주하지도,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7세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구스비는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줄리아드 음대에서 바이올린의 대가 이자크 펄만의 제자로 음악 공부를 이어 왔다. 그는 데카 레이블로 2021년 6월 발매한 데뷔 음반 '루츠(Roots)'를 통해 자신의 문화적 뿌리인 아프리카계 미국 작곡가의 음악을 탐구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그는 "열네 살이 될 때까지 아프리카계 작곡가의 클래식 음악을 접해보지 못했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작곡가들의 음악을 발굴하고 지금의 클래식 음악계와의 연결 고리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야니크 네제 세갱 지휘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음반 '브루흐·프라이스'를 발매하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1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구스비는 이번 내한 연주 프로그램에도 자신의 문화적 뿌리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그는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과 아프리카계 미국 작곡가인 윌리엄 그랜트 스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등을 연주한다. 구스비는 "작곡가 간 영향과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블루스 악장(2악장)이 포함된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음악과 미국적 색채가 뚜렷한 스틸의 음악 간의 연결성을 언급했다. 베토벤의 곡에 대해서도 "아프리카계 혼혈인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조지 브리지타워에게 헌정하려 했던 곡"이라며 "베토벤과 브리지타워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바이올리니스트 루돌프 크로이처에게 전해졌기 때문에 곡명을 '브리지타워 소나타'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대여해 사용하고 있는 구스비는 새 악기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이름을 딴 '타이거'라는 애칭을 붙여 줬다. 5년 전 시작한 골프에 푹 빠져 있는 그는 "골프와 악기 연주는 예측할 수 없는 현장 상황에 좌우되기 때문에 정신적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며 "어딜 가든 골프클럽을 챙기는데 기회가 되면 서울에서 스크린 골프라도 치고 싶다"며 웃었다.
구스비는 연주자로서 커리어를 오래 이어가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여건 조성에 기여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미국에서 클래식 음악은 부유한 노년층의 전유물처럼 되고 있는데 아프리카계 미국 작곡가에 이어 한국과 일본 작곡가의 음악도 발굴할 생각입니다. '테크닉은 무의미하다'는 펄만 선생님의 가르침처럼 관객에게 음악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 영감을 주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 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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