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역 북광장 그늘·벤치 사라져
상인들 "음주·흡연·사건사고 여전"
동구청, 금주·금연구역 지정 예정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19일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자전거 보호소 지붕 아래에서 시민들이 햇빛을 피하고 있다. 동구는 최근 자전거 보호소 앞 등 광장의 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이환직 기자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19일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일부 시민들이 뙤약볕을 피해 자전거 보관소 지붕 아래 땅바닥에 종이박스를 깔고 앉아 있었다. 1만3,400㎡의 드넓은 광장이지만, 그늘막이라곤 자전거 보관소가 유일했다. 한 역전 상인은 "최근 구청에서 나무 가지를 다 잘라서 그늘을 없애 버렸다"며 "낮에 광장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들이 자전거 보관소 앞에 있는 나무 한 그루만이라도 남겨달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동인천역 북광장 환경 개선에 착수한 인천 동구청은 나무 가지치기와 벤치 철거를 마쳤다. 화단 경계석 철거와 울타리 설치에도 착수했다. 동구 관계자는 "그늘에 돗자리를 깔거나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는 상습 주취자들이 노상 방뇨를 하거나 위협감을 조성해 인근 상인과 주민, 방문객들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며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주변의 한 상인은 "가게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먹고 싸우거나 술 냄새 등을 피우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20여 명 된다"며 "비 오고 추우면 지하쇼핑센터 등 실내로 들어가 자기도 해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동구와 보건당국은 7월 1일자로 광장 전체를 금연·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 연말까지 6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는 흡연·음주 적발 시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동구 관계자는 "알코올 중독 상담을 실시했지만 개선 효과가 미약했다"며 "주취자 문제가 해소되면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 개선 조치가 동구의 애초 목적대로 주취자 문제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역효과만 불러온다는 의견도 나온다. 광장 앞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광장에 그늘이 없어지니 해가 진 뒤에 건물 앞에 모여 소란을 피우더라"며 "그제도 여성 몇 명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싸우는 걸 봤다"고 말했다.
광장 인근에 있는 노숙인 무료 급식소 '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 대표는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늘에서 쉬는 것을 막기 위해 가지를 치고 버스 정류장 벤치에 눕지 못하게 장치를 해놨다"며 "노인과 돈 없는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 어쩔 줄 모르고 있다"고 적었다. 민들레국수집 관계자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안아주는 것도 자치단체가 할 일"이라며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인천역 북광장 옛 모습. 인천 동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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