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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어 종교계·대학원생까지…전라도 천년사 논란 확산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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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어 종교계·대학원생까지…전라도 천년사 논란 확산일로

입력
2023.06.19 14:57
수정
2023.06.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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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기원·일본서기 차용 등
각계각층 전라도 천년사 논쟁
존치·폐지 놓고 성명 잇따라
공개 토론회 돌파구 찾을까

전라도 천년사

전라도 천년사

광주광역시·전남·전북 호남권 3개 광역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역사서 ‘전라도 천년사’를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지역 정치권을 넘어 학계와 종교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전국 11개 대학의 역사학 전공 대학원생들까지 가세했다.

3개 광역시·도는 당초 이 역사서가 전라도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안내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도민연대)’를 비롯한 일부 정치권 등에서는 ‘역사왜곡’이라고 반발한다. 3개 시·도와 전라도 천년사 편찬위원회(편찬위)는 이견과 쟁점을 놓고 주제별 공개 학술토론회를 예고한 가운데 역사학 대학원생들은 집필진에 대한 자극적인 비난과 선동·압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9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편찬위는 전라도 천년사의 왜곡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다음달 9일까지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8~9월 공개 학술토론회를 2~3회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기준 총 40명이 91건의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단군조선과 삼한정통론’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문국 등 일본서기 지명 문제’ 13건, ‘마한의 정치체’ 9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가 지난 2월 22일 전북도의회에서 ‘전라도 천년사’의 왜곡을 주장하며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500만 전라도민연대 제공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가 지난 2월 22일 전북도의회에서 ‘전라도 천년사’의 왜곡을 주장하며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500만 전라도민연대 제공

단군조선과 삼한정통론은 우리 역사의 시작 시점을 둘러싼 논쟁이다. 도민연대는 전라도 천년사가 단군조선과 기자조선을 부정해 우리 역사를 축소했다고 주장한다. 단군조선이 등장한 기원전 24세기나 기자조선이 등장한 기원전 12세기에 고조선이 등장했다는 의미다.

반면 전라도 천년사는 중국 문헌 '관자' 등을 근거로 기원전 8~7세기 고조선이 등장했다고 밝히고 있다. 전라도 천년사(3권 42쪽)에는 “단군신화는 지배층에서 만들어진 건국 신화지 실제 하는 역사는 아니다”며 “고조선의 모습은 단군조선 다음 간계를 기록한 문헌과 청동기시대 관련 고고자료를 종합해 살펴봐 한다”고 적혔다.

식민사관 역시 쟁점이다. 일본 역사서인 일본서기에만 기록된 지명을 사용한 것이 식민사관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도민연대는 "일본 식민사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 옹호를 위해 일본 지명을 음차해 우리나라 지명에 대입했는데, 이를 전라도 천년사가 받아 썻다"며 "결국 전라도 천년사가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기 위해서 만든 ‘삼국사기’ 불신론을 추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편찬위는 "고고학적 사료 부족으로 일본서기 지명을 비판적으로 사용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편찬위는 “일본에 천자문을 전한 왕인박사, 일본에 불교를 전해 준 노리사치계, 일본 법륭사 금당 벽화를 그린 고구려 승려 담징 등은 모두 일본서기에만 등장하는 인물”이라며 “일본서기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해 우리 역사를 복원하는 데 참고한 것일 뿐 식민사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가 12일 전남 산림자원연구소에서 개최된 전남시장‧군수협의회 정례회에 참석, 식민사관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주시 제공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가 12일 전남 산림자원연구소에서 개최된 전남시장‧군수협의회 정례회에 참석, 식민사관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주시 제공

양측의 갈등은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들을 비롯해 일부 종교 단체들까지 나서 전라도 천년사 폐지를 촉구하자, 호남 학계와 대학원생들이 “시민사회에 현혹되지 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폐지 측이 "일제 식민사학자들"이라고 주장하자 존치 측이 "사이비 학계의 비판"이라고 맞서는 등 감정싸움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라도 천년사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편찬위가 공개 토론회를 열겠다고 나서면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편찬위는 이들 쟁점을 3~4건씩 묶어 한 달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토론회를 순차적으로 열기로 했다. 편찬위와 찬성 측 학자, 민원인과 반대 측 학자, 국사편찬위 관계자, 사회자 등으로 구성된다. 또 토론 과정을 통해 편찬위 측의 명백한 하자가 인정될 경우 이를 별책으로 발간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김해시사도 추진했다가 찬반논란을 갖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면서 "전라도 천년사도 검증절차를 거쳐 성공적으로 역사적인 안내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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