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머니가 하늘에서 저를 지켜봐주시는 것 같았다. 어머니 보고 싶어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LA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23회 US오픈 골프대회 최종라운드. 단독 선두 윈덤 클라크(미국)는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품기까지 40㎝ 짧은 파 퍼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 순간 클라크는 애절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 퍼트를 성공시킨 후 캐디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클라크의 눈은 또다시 하늘로 향했다.
클라크는 이날 이븐파를 적어내 최종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이자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었다.
클라크는 2019년 PGA 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프로 골프계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올해 4월까지도 우승이 없었다. 최고 성적은 2020년 11월 버뮤다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브라이언 게이(미국)에게 패배한 준우승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열린 ‘특급대회’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메이저 대회까지 제패하며 화려한 반전 스토리를 써냈다.
이번 대회에서 클라크의 우승을 예측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1라운드부터 정교한 쇼트게임을 앞세워 상위권에 자리한 끝에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위기도 있었다. 최종라운드 8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아래 수풀에 떨어졌다. 다음 샷으로 공을 빼내지 못했지만 4번째 샷을 그린 반대편에 올렸고, 5번째 샷을 홀에 완벽하게 붙이며 보기로 막아냈다. 클라크는 후반 들어 14번 홀(파3)과 15번 홀(파5)에서 연달아 보기를 범했으나 이어진 17·18번 홀에서 연달아 파세이브에 성공,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은 클라크는 "오늘 어머니가 저를 지켜봐 주신 것 같았다"며 "어머니,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클라크는 대학교 때 유방암으로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골프를 포기하려고 했다. 어머니를 잃은 충격에 대학마저 옮겼을 정도였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 메모지에 적어 가방에 넣어줬던 '크게 놀아라(Play big!)'는 문구를 아직도 가슴에 담고 살고 있다는 클라크는 “어머니가 LA에서 몇 년 사신 적이 있기에 멋진 한 주였다"면서 "어머니가 여기 오셔서 껴안고 함께 축하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어머니가 나를 자랑스러워할 거란 건 알고 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9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린 매킬로이는 클라크에 1타 뒤진 9언더파 271타를 기록,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전날 3라운드에서 US오픈 9개 홀 최소타 타이기록(29타)을 세운 김주형은 공동 8위에 올라 메이저대회 첫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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