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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원고 쓰고 라디오 진행까지 하는 AI... 성우들이 떨고 있다

입력
2023.06.20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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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라디오 방송국 'AI DJ' 고용
"AI에 나도 복제되나" 성우 우려 커져

스튜디오 안에서 녹음 중인 성우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튜디오 안에서 녹음 중인 성우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지역 라디오 방송국 '라이브 95.5'가 13일(현지시간) '특별한 디스크자키(DJ)'를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이 방송국의 DJ 애슐리 엘징거의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 하는 인공지능(AI) DJ, 이른바 'AI 애슐리'다. AI 애슐리는 이날부터 매일 오전 10시~오후 3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취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 방송국은 "AI를 기반으로 스스로 대본을 작성하고, 이를 합성 음성으로 읽는 AI DJ는 세계 최초"라고 주장했다.

AI, 스스로 대본 쓰고 사람처럼 읽는다

미국 테크 전문매체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DJ 'AI 애슐리'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신 AI 언어모델(GPT-4)을 바탕으로 개발됐다고 한다. AI 애슐리는 2만5,000개 이상의 뉴스 사이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공유되는 기사를 모니터링하면서 어떤 소식이 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지 골라낸다. 그렇게 골라낸 기사를 토대로 직접 대본도 작성한다. 단, AI 애슐리가 이를 실제 청취자들에게 전달하기 전 사람이 개입해 대본을 검토하고 편집한다고 방송국 측은 설명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전달하는 환각(hallucination) 등 생성 AI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AI DJ 등장이 불러일으킬 반발을 의식한 듯, 라이브 95.5 측은 "AI 애슐리의 등장으로 애슐리가 직장을 잃거나, 급여를 삭감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AI DJ가 대신 진행을 맡아 주는 동안 애슐리는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방송국 측의 주장이다. 방송국은 또 AI DJ가 자신을 'AI 애슐리'라고 반복적으로 소개하기 때문에 청취자들 역시 사람 DJ로 오인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람처럼 말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럼에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청취자들 사이에선 "신기하고, 재밌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DJ와 친밀하게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선호했던 이들은 방송국의 결정을 "무례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목소리로 먹고사는 성우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AI 애슐리의 등장으로 누구라도 AI에 의해 목소리가 복제될 수 있으며, 다름 아닌 '나를 따라 하는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꽤 그럴듯하게 사람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진짜 사람처럼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특유의 말투, 미묘한 떨림이나 어감, 웃음을 유발하는 절묘한 타이밍 등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서다. 성우와 고용주를 연결하는 플랫폼 보이시스의 데이비드 치카렐리 최고경영자는 "사람들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소리에 매우 민감하다"며 "특히 이야기를 들을 때는 사람이 직접 말해주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CNBC에 말했다. AI 목소리에 대한 청취자들의 거부감이 AI DJ나 AI 성우 확산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얘기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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