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 불러 '가해자 훈련 복귀' 타진
학교·학부모 상의도 안 해, 부적절 처사
감독 학폭 소극 대처... '징계 권고'받아
최근 ‘학교폭력(학폭)’ 사건이 일어난 서울의 명문 고교 야구부 감독이 피해자 앞에서 가해학생들의 훈련 복귀를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나 학부모 상의 없이 피해학생에게 해당 내용을 통보해 사실상 ‘2차 가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감독은 학폭 사실이 처음 불거졌을 때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교육당국의 징계 대상에 포함된 인물이다.
19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감독 A씨는 약 일주일 전 학폭 피해자 B(17)군과 일대일 면담에서 “애들(가해학생들)이 곧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라 동선을 분리해 운동해야 하는데, 어떤 방식이 좋겠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B군은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1년에 걸쳐 같은 야구부 동급생 3명의 상습적 언어ㆍ신체폭력에 시달렸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유명 선수 출신이자 현직 프로야구 단장 아들이다.
학폭 신고 접수 후 야구부 훈련에서 제외된 가해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다는 말에 겁이 난 B군은 귀가 후 부모에게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부모가 이튿날 A씨에게 전화로 항의했지만, 외려 그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야구부원”이라며 “B군을 생각해 연구하고 노력 중이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B군의 부모는 감독이 학교 측과 학부모 조율 과정 없이 피해학생에게 직접 가해자 복귀를 고지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B군 어머니는 “지금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아이에게 감독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나가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분개했다. 학폭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도 “지도자가 (가해학생 복귀를) 말하면 피해학생은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학교 관계자 역시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A씨는 학폭 과정에서 소극적 대응을 한 것으로 나타나 징계 대상에 올라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지난달 특별장학을 실시해 B군 학부모가 지난해 11월 감독에게 아들의 교우관계 어려움을 알렸으나 감독이 학교 측에 보고하지 않아 학폭이 지속됐고, 올해 4월에야 피해자의 담임교사가 먼저 인지했다고 파악했다. 가해학생들도 2~4월 신체ㆍ정신적 폭력을 한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교육당국은 해당 학교에 감독의 행정조치(징계)를 권고해 운영위원회가 곧 열릴 예정이다. 또 지도자 징계 건과 별개로 학폭 사안에 대해선 내달 6일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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