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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美 펠로시 대만 방문 직전에야 알았다… 인사 파동 국장 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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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美 펠로시 대만 방문 직전에야 알았다… 인사 파동 국장 면직

입력
2023.06.19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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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전횡' 비서실장 출신 A씨 면직
빈번한 인사개편으로 정보기관 역량 약화
펠로시 의장 방문 막판까지 '대만방문' 여부 확신 못 해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오대근 기자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오대근 기자

지난해 7월 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을 앞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설'이 외교가에 퍼졌다. 국가정보원은 파악에 나섰지만 진위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백악관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펠로시 의장을 만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세간의 관측에 휘둘렸다.

마침 주미대사관 정무2공사와 참사관이 돌연 교체되면서 대미 정보라인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국정원이 펠로시 의장의 동선을 최종 확인한 건 대만을 찾기 직전이었다. 그는 이어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의전 홀대' 논란을 비롯해 우리 정부가 혼선을 빚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당시 국정원 내부에서는 "급진적인 조직변화로 정보역량 자체가 망가졌다"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국정원의 해외정보 역량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불거진 '인사 전횡' 사태도 마찬가지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18일 "밥 먹듯이 인사 파동이 반복되다 보니 전문성을 키울 여건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블랙요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무공사처럼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요원들이 내밀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수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꽤 됐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 전경. 국가정보원 제공

국가정보원 전경. 국가정보원 제공

이에 논란의 당사자인 국정원 비서실장 출신 A국장에 대해서는 16일 면직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국정원에 '세력화와 정치화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쇄신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 연구기관 관계자는 "최근 북한 미사일 동향은 군이, 해외 정세는 외교부가 좀 더 정확한 정보수집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대통령도 행정부처의 정세분석 보고서를 마음에 들어하면서 핵심부처 간 정보협의를 자주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정원은 인사 파문과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국정원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800여 명에 달하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국정원 전신) 요원을 면직 처분했다. 그러자 전직 안기부 직원들은 "북한을 상대로 한 대북 휴민트(HUMINT· 인적 정보)가 붕괴했다"고 반발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과 김주성 기획조정실장 사이 불화설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박지원 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B씨가 인사 전횡을 주도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B씨는 A씨와 마찬가지로 1년 만에 3급에서 1급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가 정보' 기능을 강화하고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직원들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국정원 인사의 핵심은 정예화·전문화·과학화"라면서 "원칙 있는 인사시스템을 구축해 대내외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수사단장(국장) 출신 석재왕 건국대 교수는 "해외 선진국의 정보기관 운영 체계를 참고해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정보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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