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인터뷰
혁신 키워드는 윤리성, 능력, 기득권 해소
'이재명 아바타' 지적에 "일면식도 없어"
돈 봉투 의혹엔 "자료부터 검토해볼 것"
"원칙대로 할 것... 표적 돼도 두렵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15일 임명된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최우선 과제는 방향 설정이다. 같은 혁신을 놓고 당 지도부와 친이재명계는 국회의원 기득권 축소에 방점을 찍는 반면, 비이재명계는 개딸 등 팬덤 정치와의 결별과 도덕성 회복에 무게를 실으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13일 한국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팬덤 문제와 의원 기득권 축소 중 어느 것이 우선순위냐'는 질문에 "전부 다 혁신 대상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혁신 키워드로는 △윤리성 제고 △능력 강화 △기득권 해소를 꼽았다. 인터뷰는 혁신위원장 '임명 후 기사화'를 전제로 민주당 발표 이틀 전에 진행됐다.
혁신 키워드로 "윤리성·능력·기득권 해소"..."이재명과 일면식도 없어"
김 위원장은 "우선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원하는 혁신 방향을 적어서 내게 할 것"이라며 "이어 당원들에게, 일반 시민들에게 혁신 방향 설문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혁신과제를 도출하기에 앞서 다방면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이 '이재명 아바타'라며 맹공을 가했다. 이 대표와 관계를 묻자 김 위원장은 "전화번호도 모르고 일면식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평소 이 대표를 지지했느냐는 질문에는 "원래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주로 찍었다"면서도 "지난 대선 때는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있으면서 일 생각만 했기 때문에 특별히 이 대표를 지지하는 마음은 없었다"고 말했다.
돈 봉투 의혹엔 "자료부터 검토해볼 것"
민주당의 앞길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이들을 쳐낼지, 지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해 12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방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의원들이 1인 1표로 자기 의사를 밝힌 것일 텐데, 어쩌면 한결같이 그런 방향으로 갔을지는 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방탄을) 잘했다, 못했다 말하기엔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우선 자료를 검토해볼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혁신 방향에 따라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언제든 고조될 수 있다. 벌써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현 상황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아무렇게나 말하는 모습이 꼭 두더지 잡기 게임을 연상시킨다"며 "분열이 제일 나쁜 징조"라고 지적했다.
당 안팎 흔들기 우려에 "원칙대로 할 것"
비명계와 친명계 강성 지지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혁신은 어렵다. '표적이 되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원칙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무 감각이 없고 사무적’이라고 하는데, 뭐든지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칙을 세우면, 이를 반대하는 사람이 오히려 민망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2020년부터 3년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급)을 지낼 당시 자본시장법 대신 민법을 적용해 사모펀드 분쟁에서 투자 원금 전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준 결정을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나는 당시 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런 원칙과 발상의 전환이 민주당 혁신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도덕성과 관련 "금감원 부원장으로 임명되기 전 청와대에서 지난 10년간 내가 쓴 논문 136편을 전부 '카피 킬러'에 넣어 보는 등 면밀히 검증했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다"고 자신했다. 이어 "나는 SNS도 하지 않고, 기사 댓글도 보지 않는다"며 향후 일부 극렬 지지층의 '좌표 찍기' 우려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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