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찰 '마약 전쟁' 3개월, 1200억어치 필로폰 압수... 공급망 차단 주효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찰 '마약 전쟁' 3개월, 1200억어치 필로폰 압수... 공급망 차단 주효했다

입력
2023.06.17 00:10
6면
0 0

[경찰, 마약 집중단속 중간성과 발표]
3~5월 3670명 검거... 2030 절반 이상
자전거 안장 등 밀반입 수단 천태만상
'10대 마약' 2배 증가... 유통까지 가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브리핑실에 해외 마약류를 몰래 국내로 들여올 때 사용된 자전거 안장이 놓여 있다. 뉴스1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브리핑실에 해외 마약류를 몰래 국내로 들여올 때 사용된 자전거 안장이 놓여 있다. 뉴스1

“필로폰 등을 파는 텔레그램 채널이 있다.”

2021년 7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이런 첩보가 접수됐다. 경찰은 마약 구매자로 위장해 입금한 뒤 마약 은닉 장소를 알아냈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판매책도 검거했다. 이후 나머지 판매책→유통책→해외 공급책으로 이어지는 마약 사슬망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범죄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일당은 5차례로 나눠 태국에서 자전거 안장, 주방용기 등에 마약류를 숨겨 항공특송화물로 밀반입했다. 필로폰 약 7㎏, 케타민 869g 등 시가로 250억 원이 넘었다.

국내 유통책이 몰래 들여온 마약류를 골목길 에어컨 실외기 하단 등에 감춰놓으면, 판매책이 수거해 팔았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이 주요 거래 통로였다. 일부 판매책은 추적을 피하려 필로폰이 들어 있는 택배 상자를 고속버스터미널 수화물로 배송해 투약자에게 건네기도 했다. 추적에 걸린 시간만 거의 2년. 이렇게 일당 8명이 검거됐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이 지난 3개월(3~5월)간 진행한 집중단속의 성과 사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검경에 “마약 유통ㆍ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경찰은 전국에서 1,000명 넘는 인원을 모아 ‘마약류 합동 단속 추진단’을 꾸렸다. 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이 기간 마약류 사범 3,670명을 검거하고, 909명을 구속했다. 집중단속 덕인지 검거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3,033명)보다 21.0% 늘었고, 구속 인원은 78.6% 증가했다.

10대 마약사범, 연간 검거 규모 뛰어넘어

김갑식 경찰청 형사국장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 중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갑식 경찰청 형사국장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 중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단속에서 밀반입, 판매 등 공급사범 적발(1,108명)이 크게 뛴 것이 눈에 띈다. 1년 전(506명)과 비교해 두 배 넘게(119.0%) 늘었는데,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해선 공급을 차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경찰이 마약류 유통 루트를 틀어막는 데 수사 역량을 집중하면서 같은 기간 압수된 마약류 규모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7.9㎏이 압수된 필로폰은 전년(3.7㎏) 대비 10배 폭증했다. 126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태국산 신종 마약인 야바(3.8㎏→4.7㎏ㆍ23.7%)와 대마(841주→1만1,313주ㆍ1,245.2%) 압수 실적도 대폭 상향됐다. 경찰은 적발된 마약류 사건 3건(14명)은 처벌이 무거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최근 심각성이 자주 보도된 젊은 층의 마약 실태도 수치로 확인됐다. 검거된 마약류 사범을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1,133명(30.9%), 800명(21.8%)으로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0대 마약사범 역시 116.3% 급증한 212명이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3개월 동안 붙잡힌 피의자수가 이미 2018년(104명), 2019년(164명), 2020년(241명) 연간 마약 사범수를 뛰어넘거나 근접했다. 여기에 마약 제조ㆍ유통에 뛰어든 청소년까지 등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5월 마약 판매 채널을 만들어 필로폰 등 마약류를 유통한 ‘고3 마약상’ 3명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외직구 등 (구하기) 쉽고 감시가 어려운 마약 거래 수단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갑식 경찰청 형사국장은 “강력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민 안전과 사회를 좀먹는 마약류를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준석 기자
나광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