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광범위한 비판받을 수 있는 지위”
민경욱 전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 당시 김창룡 경찰청장을 ‘개떼 두목’이라고 표현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권순남 판사는 16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민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민 전 의원은 2020년 9월 25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개떼 두목’이라고 표현한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민 전 의원은 SNS에 ‘그냥 운전하고 지나가면 안 잡고 깃발 달고 지나가면 잡아넣겠다? 현재 경찰은 국민이 아닌 문재인 정권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개다. 그 개떼 두목이 김창룡이다’라고 적었다. 보수단체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차량 행진을 예고한 것을 경찰이 불법으로 규정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시민단체인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민 전 의원이 불법집회·시위에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청장과 경찰을 ‘개떼’라고 모욕했다며 그를 고발했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고발해야 수사가 가능한 친고죄로 김 전 청장도 민 전 의원의 처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의원은 재판에서 “김 전 청장 개인이 아닌 (당시) 경찰청장을 비판한 글이었다”며 “경찰청장은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 판사도 민 전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권 판사는 “개떼 두목이란 단어는 누군가의 사회적 평가를 낮출 만한 모욕적 표현”이라며 “경찰청장이란 직위도 붙이지 않고 그런 글을 써서 김 전 청장 개인을 비판하려는 의도 역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 판사는 “피고인이 쓴 글은 경찰청장의 도심 집회 불허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경찰청장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작성됐다”며 “경찰청장은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위”라고 덧붙였다.
권 판사는 이어 “글 작성 경위 등을 고려하면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이유 있는 행위였다”며 “위법성이 사라져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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