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서 열려
홍준표 "버스 우회할 공공성 집회 아냐"
경찰 "신고 행사… 안전 위해 교통 통제"
대구시 직원 450여 명 행정대집행 예고
지난해 10월 1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제14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구=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예정된 성소수자 행사 '대구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싸고 경찰과 정면충돌하면서 시민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 홍 시장은 축제가 열리는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버스 우회 운행 등 경찰의 교통 통제 협조를 거부하고, 버스를 정상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퀴어축제 때 도로 불법 점거를 막겠다(시내버스를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운행하겠다)고 하니, 경찰 간부가 집회방해죄로 입건한다고 엄포를 놨다"며 "대한민국 경찰인지, 퀴어축제 옹호 경찰인지 어이없다"고 썼다. 또 "법원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했지,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인도나 광장에서 집회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느냐"고 덧붙였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원활한 교통 관리를 위해 행사 당일 오후 8시까지 동성로 일대 교통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행진으로 인한 차량 정체 등에 대비해서 교통경찰 등 49명과 순찰차 19대를 동원해 교통 관리에 나설 것이라며, 대구시에 해당 지역 버스 우회 운행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된 축제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방침"이라며 "어떤 집회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시장은 경찰의 교통 통제 협조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집회 신고와는 달리 도로점용 허가는 대구시 중구청의 사항이고, 버스노선 조정은 대구시의 업무"라며 "도로점용 허가나 버스노선 우회를 할 만큼 공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그런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측 입장이 충돌하면서 축제를 앞두고 대구시와 경찰이 대치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17일 오전 7시까지 중구청 직원 150여 명과 시청 직원 300여 명 등 450여 명이 행정대집행을 위해 현장에 모인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왕복 2차선 도로에 부스 등이 설치되지 않도록 막을 예정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 중구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홍 시장은 몽니를 그만 부리고 대구퀴어축제의 안전한 개최에 협력하라"며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를 막지 말라는 게 헌법과 법원의 판단이고 경찰도 시민 안전을 위해 교통 통제를 하겠다는데, 홍준표 시장만이 차별과 혐오의 말을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지법은 전날 동성로상인회·대구기독교총엽합회 등 퀴어문화축제 반대 측이 낸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2009년 처음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15회를 맞는다. 지난해 10월 1일 축제 때는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다만 반대단체가 맞불집회를 개최해 동성로 일대가 동성애 찬반 인사들의 각축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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