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2023 방송왕' 선발대회
20년 경력 베테랑... 칭찬 민원만 483건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을 보람 있게 산다는 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이 행복해야 한다고 하니까요. 오늘도 웃음 짓는 하루가 되길 응원합니다."
서울교통공사 신내승무사업소 김정주 기관사
16일 오전 서울지하철 6호선에 평소와 다른 낯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익숙한 역명과 출입구 안내 대신 기관사의 따뜻한 메시지가 전동차에 울려 퍼지자, 시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날 방송의 주인공은 서울교통공사 신내승무사업소에서 근무하는 김정주(48) 기관사다. 20년 경력의 베테랑인 그는 2006년부터 평소 읽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접한 좋은 글을 적어두었다가 때에 맞춰 승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는 "승강장에 서 있는 시민들의 지친 표정을 보면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았다"며 "이들을 위로할 방법을 찾다가 방송을 통해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방송을 듣고 용기를 얻는 시민들도 많다. 한 승객은 조종실 유리창 너머로 '방송 감사하다'며 음료를 건네기도 하고, 한 여학생은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 기관사는 "사회 초년생이라고 밝힌 승객이 타지 생활에 지치고 힘들었을 때 제 방송을 듣고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남겨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교통공사가 칭찬 민원을 접수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받은 칭찬 민원은 483건에 달한다. 그는 칭찬 민원 100건 이상 받은 직원만 가입이 가능한 '센추리클럽' 1기 회원이다. 클럽 회원은 총 31명이다.
방송을 하면서 책임감도 커졌다. 그는 열차 급정거 등 돌발 상황 시 세심한 안내 방송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승객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방송이다"라며 "기관사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가 승객 안전인 만큼 안내방송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올해 서울교통공사가 선정한 '최우수 방송왕'으로 뽑혔다. 교통공사는 매년 3,000명이 넘는 승무본부 직원 중 방송 기량이 우수한 기관사를 뽑고 있다. 방송왕은 서울지하철 1~8호선 15개 승무사업소에서 각 1명씩 선정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선발한다. 올해는 김정주 기관사 외에 김혜광(7호선), 양희태(4호선), 최광환(2호선), 한규창(3호선), 박강일(2호선), 권성현(4호선), 이갑용(3호선) 기관사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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