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관리 실패" 김규현 원장 책임론 부각
"인사 교체 아닌 대대적 개혁 필요" 지적도
국가정보원의 인사 잡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달 초 고위직 1급으로 승진한 간부들이 일주일 만에 대기발령 조치를 받으면서 인사를 담당했던 인사기획관도 교체된 것으로 파악했다. 잇단 인사를 둘러싼 내홍에 김규현 국정원장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1급 승진 및 부서장 보직인사 11명 중 5명의 인사를 번복한 이후 인사기획관(특보)을 교체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 재가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의 비위사실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음을 파악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 추궁 차원에서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공직기강 파트에서 보류된 인사들에 대한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잇단 내홍에 김규현 국정원장 책임론 부각
이례적 인사 번복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폐지된 국내정보 수집 부처 출신 인사들이 '복권'을 시도한 게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국정원 인사특보 교체는 정치과 등 국내정보 수집 인사들의 '세력화'를 방치한 것에 대한 문책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국정원 인사 라인에 변화가 생긴 만큼, 김규현 원장에 대한 책임론과 대대적인 인사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인사 내홍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정원 내 '세력화'의 핵심 인물로 김 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A씨가 지목되고 있다. 1급 승진 인사안에는 A씨를 포함한 그의 동기, 국내정보 수집 부처인 정치과 출신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본 등 핵심국가의 정보 수집 업무를 친소관계에 따라 배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권 교체 시마다 반복된 극단적 인사로 터진 문제"
국정원 안팎에서는 이번 내홍을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된 극단적인 인사로 터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 인사가 반복되자, 국정원장 비서실장직과 인사처장·인사특보직을 얻기 위한 내부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보수 정권 때는 국내정보의 정치화가 문제가 됐다면, 진보 정권 때는 북한 정보의 정치화가 문제가 됐다"며 "특정 인사의 경질·교체보다 조직의 전문성·중립성을 보장하는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 내홍의 핵심 집단으로 지목된 국내정보 수집 부처 출신 인사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국내정보 파트 인사들이 조직개편에 관여하면서 국정원에 경제안보국, 방첩센터 등 '정보 역량'을 강조하는 부서들이 신설됐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국내정보 수집 기능을 부활시키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다른 한쪽에서는 국내정보 수집 부처 해체에 따른 정보역량 약화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보공유협의체·독립 감시관 등 제도 개선 필요
국정원 출신 석재왕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정보공유협의체'와 '독립 감시관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석 교수는 "행정부처 간 정보를 다각도로 수집해 공유하는 협의체를 만들면 국가의 정보역량을 극대화하면서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국회 추천을 받아 임명된 감독관이 국정원 인사와 조직을 감시하도록 하면 정치화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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