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역지자체 등록 비영리민간단체 전수조사
말소 대상 중 보조금 받은 단체는 10년간 212개
시민단체 "시민사회 옥죄기, 전수조사 시점 의문"
중앙부처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 10곳 중 3곳은 실재하지 않거나 활동하지 않아 등록 말소 조치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1만1,195개 비영리민간단체를 대상으로 등록 요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3,771개(33.7%) 단체가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15일 밝혔다. 2,809개(25.1%) 단체는 자진 말소를 희망하거나, 실체적 활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행정기관에서 직권으로 등록을 말소했다. 단체 운영 의지가 있는 962곳(8.6%)에 대해선 6개월 유예 기간을 부여해 등록 요건을 보완하도록 했다. 전체 등록 단체는 1만5,577개이지만 최근 3년 이내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한 4개 광역시ㆍ도(대전, 경기, 강원, 전북) 단체 4,282곳은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조사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라 행정기관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원법에 따르면 ①사업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이고 ②구성원 간 이익 분배를 하지 않으며 ③상시 구성원 수가 100인 이상이면서 ④최근 1년간 공익 활동 실적이 있는 경우 등 몇 가지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부에선 시민단체와 혼용하나, 시민단체는 비영리민간단체의 한 갈래다.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되면 다른 정부 보조금과 별도로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이 적용되는 공익사업 응모가 가능하고, 기부활동에 관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올해 정부 차원에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65억 원으로, 180개 단체가 평균 3,500만 원을 받았다. 등록 말소 대상 단체들 중에서 지난 10년간 공익사업에 1회 이상 선정된 단체는 212개였다. 최근 3년 이내로 범위를 좁히면 12개에 그친다. 행안부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시 자격 요건과 활동 상황을 검증하고 사업이 종료된 뒤에는 정산 내역도 확인하기 때문에 실체 없는 단체들에게 돈이 나간 건 아니다”라며 “이 단체들이 언제 소멸했는지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2000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정 이후 23년 만에 처음 실시됐다. 행안부는 “최근 10년간 비영리민간단체가 5,000개 가까이 늘어나 단체 현황 파악과 소멸한 단체에 대한 정비ㆍ관리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와 후속 조치가 시민사회단체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민석 ‘인권재단 사람’ 사무처장은 “실제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이라면 서류 제출만 요구해도 되는데 일부 단체들은 회원 명부 등 과도한 정보를 요구받기도 했다”며 “최근 정부가 시민사회 때리기에 나선 시점과 배경 등을 고려할 때 조사 의도와 취지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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