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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과 물밑 '핵협상' 진행 중"… 중동 내 영향력 회복 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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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과 물밑 '핵협상' 진행 중"… 중동 내 영향력 회복 꾀하나

입력
2023.06.15 2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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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WSJ "핵협상 임시 합의안 논의 중"
"미, 이란과 '정치적 휴전'... 새 협약 임박"
한국도 영향... 동결 원유대금 풀릴 수도

지난해 7월 카타르 도하에서 알리 바게리카니(오른쪽) 이란 측 핵협상 수석대표가 미국과의 핵협상을 중재해 온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사무처장과 대화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카타르 도하에서 알리 바게리카니(오른쪽) 이란 측 핵협상 수석대표가 미국과의 핵협상을 중재해 온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사무처장과 대화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201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미국과 이란 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관련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발(發) 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미국의 전략과, 최악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가 시급한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히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중국과 밀착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앙숙' 이란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역내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실제 미·이란 간 대화가 조금씩 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꽉 막혀 있던 한국의 대(對)이란 원유대금 지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아랍 매체, '임시 핵합의 논의' 일제히 보도

하산 로하니(가운데) 이란 대통령이 지난 5월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의 핵 성과 전시회에서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왼쪽) 이란원자력기구 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하산 로하니(가운데) 이란 대통령이 지난 5월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의 핵 성과 전시회에서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왼쪽) 이란원자력기구 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란이 JCPOA 임시 합의안 마련 등을 조용히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 3명과 이란 관리 1명, 미국 관리 1명으로부터 회담 진행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전했고, WSJ도 "미국과 이란의 고위 관계자가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논의를 재개한 이후, 중재국인 오만에서 올해에만 최소 3번 만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랍권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 역시 지난 8일 "미국과 이란이 JCPOA 임시 합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NYT와 WSJ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에 요구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핵탄두 제조가 가능한 90%대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안전 장치'를 걸겠다는 취지다. 또, 이란 내 억류 중인 미국인 석방도 요청하고 있다. 이란은 반대급부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경제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바라고 있다. NYT는 "미국의 목표는 이란에서 '정치적 휴전'이라고 부르는 비공식적이고 성문화하지 않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 관리 2명은 이런 새 협약이 '임박한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대화를 재개한 미국의 일차적 목표는 역시 '핵 위기 관리'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 이란 책임자는 NYT 인터뷰에서 "미국의 목적은 핵 긴장을 안정시키고 외교협상의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도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핵위협이 커진 데다, 중국의 중동 진출이 활발해진 현 정세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이란과의 임시 핵합의안을 이끌어냄으로써 중동에서 미국의 종전 위상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인도주의 목적에 따른 자금 동결 해제도 논의 중"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21년 5월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21년 5월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해빙'은 한국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한국 우리은행에는 미국의 제재로 이란에 보내지 못한 원유 구매 대금 70억 달러(약 8조9,411억 원)가 묶여 있다. NYT는 "이란 관료들이 미국인 석방 이슈와 연동해 한국의 원유 구매 대금을 받고자 노력 중"이라고 짚었다. WSJ도 "양국이 (한국을 포함해) 인도주의적 목적에 따른 자금 동결 해제를 놓고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은 2013년 시작됐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란의 핵프로그램 한시적 동결과 경제제재 완화를 둘러싼 협상을 이어간 끝에 2015년 JCPOA를 체결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JCPOA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했으며, 이란도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 가는 식으로 맞대응했다.

2021년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JCPOA 복원에 나섰으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이란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중국에 바짝 밀착한 탓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말 "이란의 농축 우라늄 확보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이스라엘과 프랑스 등 동맹국들에 상황을 설명한 뒤 논의를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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