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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불교 문화의 정수 '사경'…일본에서 고향으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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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불교 문화의 정수 '사경'…일본에서 고향으로 귀환

입력
2023.06.15 14:49
수정
2023.06.15 15: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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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언론에 첫 공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고려시대 사경(寫經)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 언론공개회에서 사경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고려시대 사경(寫經)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 언론공개회에서 사경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고려 사경(寫經)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환수본)’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경은 경전의 내용을 손으로 직접 옮겨 쓴 경전으로 한국, 중국, 일본에서만 제작됐다. 환수본은 고려의 수준 높은 사경 제작 기술을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서 일본의 소장가로부터 올해 3월 매입한 환수본을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환수본은 감색 종이에 경전의 내용을 금·은니(金·銀泥)로 필사하여 만든 병풍처럼 만든 책이다. 금니와 은니는 각각 금과 은가루를 아교풀에 개어서 만든 안료다. 환수본의 크기는 접었을 때는 세로 27.6㎝, 가로 9.5㎝ 정도이지만 펼치면 가로가 10m 70㎝까지 늘어난다.

사경은 본래 불교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제작됐으나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그 제작 목적이 점차 발원을 통해 공덕을 쌓는 방편으로 바뀌었다. 발원은 부처에게 소원이나 바라는 것을, 공덕은 착한 일을 해 쌓은 업적과 어진 덕을 말한다. 사경은 금강경, 화엄경 등 다양한 내용을 필사한 판본이 현재 국내에 60여 점,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 90여 점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벌이 한데 온전히 전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많은 경우에 환수본처럼 낱권이 서로 떨어져 전해진다. 한반도에서는 특히 고려시대에 사경 제작이 성행했고, 국가기관인 사경원이 국가의 안녕을 빌기 위하거나 귀족 등이 개인적 차원에서 부모의 극락왕생 등을 바라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고려시대 사경(寫經)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 언론공개회에서 사경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고려시대 사경(寫經)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 언론공개회에서 사경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환수본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기본 사상으로 한 ‘묘법연화경’을 옮겨 적은 것이다. 6권의 내용은 묘법 연화경 전파의 중요성과 공양 실천에 대한 강조가 주요한 내용이다. 한반도에서는 중국 후진(384~417년) 시대의 승려 구마라집(344-413년)이 번역한 묘법연화경이 널리 유통됐고, 환수본 역시 구마라집 한역본 7권 중 제6권을 옮겨 적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환수본은 ‘표지’와 경전의 내용을 압축해 묘사한 그림인 ‘변상도’와 총 108면에 걸쳐 경전 내용을 기록한 ‘경문’으로 구성됐다. 표지는 제목 주변에 금니로 그려진 연꽃 4개가 수직으로 배치됐고, 그 주변에 넝쿨무늬가 은니로 그려졌다. 변상도는 화면 4개로 구성됐는데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석가모니불과 그 권속이 가장 크게 그려져 있다. 또 사람들이 성내며 돌을 던져도 ‘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고 말하는 상불경의 모습, 또 타오르는 화염 속에 자신의 몸을 바쳐 공양하는 약왕보살의 모습이 함께 나타난다. 화면을 선으로 빼곡하게 채운 점과 각종 문양이 국내에 현존하는 다른 14세기 후반 고려 사경과 유사한 점에서 환수본 역시 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경의 내요을 요약해 전달하는 '변상도' 부분. 뉴스1

사경의 내요을 요약해 전달하는 '변상도' 부분. 뉴스1


환수본의 발원자나 실제 제작자는 발원문이 전해지지 않아 확인하기가 어렵다. 다만 김종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구양순체나 조맹부체 등 다양한 서체가 뒤섞여 나타나 서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것이 환수본의 특징”이라면서 “여러 서체를 섭렵한 달필 서자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 관장은 “변상도는 고려의 사경을 이끌었던 사경원 출신의 전문 사경승(스님)이 그렸다고 판단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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