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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자 확인 안 된 불법 촬영물... 대법 "유포 경위 따져 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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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자 확인 안 된 불법 촬영물... 대법 "유포 경위 따져 처벌 가능"

입력
2023.06.15 14:00
수정
2023.06.15 14:04
0 0

대법 "유포 동의했을 것으로 보기 어려워"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촬영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아 배포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촬영물이더라도, 사진의 수위와 유포 경위 등을 따져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9월 신원 불상의 남녀가 노출이 심한 상태로 침대에 앉아있는 사진 한 장을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했다. 조사 결과 해당 사진은 여성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 성관계 영상 중 일부를 이들과 일면식도 없는 A씨가 캡처한 것으로 추정됐고, 검찰은 A씨가 음란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게시된 사진 자체를 음란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사진에서 남성이 나체이긴 하나 성적 부위를 육안으로 인식할 수 없고 두 사람이 성적 관계가 연상되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아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진만으로는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등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은 사진이 인물들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어 음란물이 맞다고 봤으나, 촬영 대상자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역시 무죄 판단을 내렸다. 검찰이 사진 속 남녀를 직접 조사하지 못해 이들이 촬영 및 사진 유포에 동의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당사자들을 직접 조사하지 않더라도, 사진의 수위와 유포 경위 등을 따져봤을 때 A씨를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진이 성관계 직전 또는 직후를 암시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상당한 성적 욕망과 수치심이 유발된다"며 "적어도 여성이 사진 반포에 동의하리라고는 도저히 기대하기 어렵고, 피고인도 그런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촬영 대상자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촬영자와의 관계 및 촬영 경위, 내용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정도, 촬영물의 취득·반포 등이 이뤄진 경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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