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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동조자'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 "박찬욱표 시각적 스타일 좋아해…드라마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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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동조자'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 "박찬욱표 시각적 스타일 좋아해…드라마화 기대"

입력
2023.06.15 17:06
수정
2023.06.15 17: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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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베트남계 미국 작가 방한 간담회
수상작 '동조자' 박찬욱 감독 연출 美 드라마로
베트남전 배경에 이중간첩 소재로 한 소설
식민시대·전쟁 등 거대한 역사 속 개인 조명
후속작 '헌신자' 한국어판도 이날 출간

장편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동조자'와 그 후속작인 '헌신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장편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동조자'와 그 후속작인 '헌신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퓰리처상(2016)을 수상한 장편소설 '동조자'는 첫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스파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껴 읽다 보면 조금씩 깊은 질문에 빠져든다. 식민자와 피식민자 관계였던 프랑스 출신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간첩이 돼 버린 '나'. 식민주의, 냉전시대의 이념 대립과 전쟁, 인종차별 등을 겪는 화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게 된다. 그 안에서 개인은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나.

'동조자'의 후속작 '헌신자'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저자인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52)이 한국을 찾았다.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두 소설 모두 "어떤 입장을 선택하기보다는 자기 합리화와 정당화 과정을 풀어내는 서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전과 관련 있는 모든 국가가 자신들의 선의를 앞세우는 상황에서, 그는 미국, 프랑스, 남·북 베트남 어느 쪽의 입장도 옹호하지 않는다. 복잡한 현실 속에 자꾸 잊혀가는 사실들을 독자 앞에 내어 놓을 뿐이다.

특히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의 원작 소설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샌드라 오가 출연하는 미국 HBO 방영 예정작(2024년)이다. 두 차례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박 감독을 만난 적 있다는 작가는 "그의 연출 소식에 매우 기뻤다"면서 그의 팬임을 밝혔다. 그는 "1인칭 시점 소설을 영상으로 옮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훌륭한 감독이자 스토리텔러인 박찬욱이라면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의 색감과 조명 등 강렬한 시각적 스타일이 내 소설의 영상화에도 어울릴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6년 장편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민음사 제공

2016년 장편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민음사 제공

응우옌 작가는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된 후 미국으로 온 가족이 이주한 '보트피플'이다. 자연스레 베트남전쟁에 오랜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의 첫 장편소설 '동조자'의 소재가 됐다. '동조자'의 결말을 쓰고 돌아서니 소설 속 화자의 그다음이 궁금해진 작가는 후속작을 썼다. 퓰리처상 수상은 그에게 "내가 원하는 말을 해도 된다는, 일종의 자유를 선사했다"고 말했다. 그 힘으로 3부까지 써낼 계획이다.

'동조자' 시리즈는 작가 개인의 삶의 체험이 진하게 묻어 나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난민으로 미국에 뿌리를 내리면서 마치 내가 스파이처럼 느껴졌다"며 "이중의 정체성을 갖고 두 얼굴, 두 마음을 가진 주인공처럼 성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현대 미국 문학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시아계 작가들의 선두에 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미국에서의 소수민족학을 강의하고 있다. 18일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학’이란 주제로 새로운 문학의 흐름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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