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남원문화원, 친일 작가 논란에 새로 제작
시민단체 "10대로 보기 어렵다... 시민들도 최초 영정 선호" 주장
우리나라 대표 고전소설 '춘향전'의 주인공 춘향이를 둘러싸고 소설의 배경인 전북 남원시가 시끌시끌하다. 새로 제작된 '춘향 영정'이 10대가 아닌 40·50대 중년 여인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논란은 지난달 새 영정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이 지난달 25일 '제93회 춘향제'에 앞서 새 영정을 전북 남원의 광한루원 춘향 사당에 봉안했다. 남원시의 위탁을 받아 남원문화원이 제작을 주도한 이 영정은 가로 94㎝, 세로 173㎝ 크기로, 김현철 작가가 지난 1월 제작에 들어가 넉 달여 만에 완성했다. 제작 비용으로 1억7,000만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춘향 사당에 봉안했던 춘향 영정이 친일 작가 김은호 화백의 작품으로 밝혀지자 2020년 10월 철거하고 새 영정 제작에 착수했다.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은 새 춘향 영정에 대해 "판소리 완판본과 경판본의 첫대목에 등장하는 춘향의 모습 즉, 17세 전후 나이의 18세기 여인상"이라며 "준비과정에 남원 소재 여자고등학교에서 추천받은 7명의 여학생 모습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 영정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남원 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남원시민사회연석회의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고 "새 영정은 젊은 춘향의 곱고 순수한 자태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요, 목숨을 바쳐 지켜내고자 했던 곧은 지조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화가는 17세의 젊고 아리따운 춘향을 표현하려고 했다 하나 전혀 의도를 실현하지 못했다"며 "그림 속 춘향은 도저히 10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춘향제 기간에 수많은 시민이 새 영정보다 최초 춘향영정을 선호했던 점을 보면 새 영정이 시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연석회의는 춘향제 기간인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최초 춘향 영정과 새 영정의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초 춘향 영정이 1,313표를 얻은 반면 새로 그린 영정은 113표를 받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춘향영정 관련 문제는 모든 과정을 시민들과 더불어 민주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춘향영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몇 차례의 토론 및 숙의를 거쳐 최초 춘향영정과 새 영정 중 어떤 영정이 봉안에 적합할 것인지 의견을 도출하라"고 요구했다.
최초의 춘향 영정으로 전해지는 그림은 1931년 1회 춘향제를 맞아 강신호·임경수 작가가 그린 작품으로, 30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연석회의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한국전쟁 중에 일부가 훼손됐지만 남원향토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최초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는 "억지 춘향을 만들어서 춘향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최초 영정 봉안을 촉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