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해안서 난민 태운 어선 강풍에 뒤집혀
나이지리아, 폭우 속 결혼식 다녀오던 길 참변

14일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 사고의 생존자들이 그리스 칼라마타 마을의 항구 창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칼라마타=AP 연합뉴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선박 전복으로 100여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하루 뒤, 그리스 남부 바다에서도 배가 뒤집혀 최소 7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AP통신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리비아 동부 토브루크 지역에서 난민 수십 명을 태우고 이탈리아로 향하던 어선이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해안 남서부 바다에서 강풍에 뒤집혔다. 그리스 구조당국은 “최소 78명이 사망했고, 104명을 구조했다”며 “수십 명이 실종 상태”라고 말했다. 해안경비대 함척 6척과 해군 호위함, 군 수송기와 군용 헬기 각각 1척 등이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이 배가 출발한 리비아는 가난이나 내전을 피해 유럽행을 꿈꾸는 아프리카인들의 대표적인 기항지로 알려져 있다. 최근 리비아 당국이 자국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무리를 해서라도 유럽행 보트에 탑승하려는 난민들이 늘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4일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 사고의 생존자가 그리스 칼라마타 마을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칼라마타=AP 연합뉴스
지난 12일 새벽 3시쯤 나이지리아 서부 콰라주 나이저강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 사고의 사망자는 이날 106명으로 늘었다. 유람선에는 적정 승선 인원을 초과한 300여 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구조 작업이 진행 중임에도 여전히 수십 명이 실종 상태라고 프랑스 매체 ‘프랑스24’는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어린이를 포함한 희생자 대부분은 결혼식에 참석해 밤늦게까지 파티를 즐기던 이웃 마을 사람들로 집에 돌아오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강 위에서 커다란 통나무에 부딪혀 배가 두 동강이 났다”고 말했다. 하객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결혼식을 찾았으나 밤새 이어진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자 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들이 몰린 에그부 마을의 한 주민은 미 뉴욕타임스에 “내가 아는 한 가족은 이번 사고로 자녀 일곱 명을 잃었고 둘은 아직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사고가 새벽 시간대 발생해 구조 당국은 생존자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오카산미 아자이 콰라주 경찰 대변인은 이날 “선박이 어둠 속에서 뒤집힌 지 몇 시간이 지나서야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미비한 안전 조치도 피해 규모를 키웠다. 당국에 따르면, 대부분의 탑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배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하천 운송이 발달한 나이지리아에서는 초과 승선, 정비 불량, 안전 규정 미준수로 인한 선박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야간 운항은 전국에서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같은 강에서 2021년 5월에도 케비주와 나이저주를 오가던 선박이 침몰해 16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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