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을 대표하는 차량이라 한다면 아마 머슬카의 대표 주자, 카마로(Carmaro)나 V8 스포츠카인 콜벳(Corvette), 혹은 강력한 픽업트럭인 실버라도 등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GM대우를 거쳐 ‘한국지엠’을 대표하는 차량이라면 무엇일 있을까? 아마 한국지엠의 새로운 시작, 활약 그리고 고난을 함께 했던 컴팩트 차량 ‘라세티(크루즈)가 있을 것이다.
라세티, 그리고 크루즈의 시간 속에는 어떤 이야이가 담겨 있을까?
2002-2008 // GM 시대의 문을 연 라세티
2002년, 대우차는 브랜드의 컴팩트 세단이자 누비라의 후속 모델인 ‘라세티’의 완성을 앞두고 파산을 맞았다. 대우를 인수한 GM은 ‘GM대우’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차량으로 라세티를 낙점하고, 같은 해 11월 ‘새로운 차량의 데뷔’를 알렸다.
먼저 출시된 세단 사양과 이를 기반으로 한 왜건 모델은 피닌파리나( Pininfarina)의 디자인을 채택했고, 2003년 공개된 후 데뷔한 5도어 해치백 사양은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이 그려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화려함은 다소 부족했지만 ‘세련된 매력’을 앞세운 라세티는 실내에서도 견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세단과 해치백이 마치 다른 차량처럼 상이한 디자인을 갖춘 점은 여느 차량에서 살펴볼 수 없는 특징이었다.
여러 시장에 출시된 차량이었던 만큼 라세티는 다채로운 파워트레인을 운영했다. 국내 시장에는 준중형 차량의 ‘규칙’과 같았던 1.6L 가솔린 엔진과 4단 자동 변속기(5단 수동 변속기) 조합이 제공됐다.
해외에서는 1.4L 가솔린부터 1.6L 가솔린 엔진, 1.6L CNG는 물론이고 2.0L 디젤 사양 등이 마련되어 선택지를 더했다. 더불어 국내 시장에도 왜건 사양과 함께 2.0L 디젤 모델이 추가되어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라세티는 시장에서도 성과를 냈다. 국내 컴팩트 세단 시장을 대표했던 아반떼의 아성을 넘볼 수 있던 건 아니지만 데뷔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왜건 사양은 훗날 ‘마니아들의 구매욕을 끈 차량’이 되었다.
더불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의 활약이 라세티의 명성을 높였다. 당대 투어링 카 레이스의 정점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던 WTCC 무대에 출전한 쉐보레는 라세티 WTRCC를 앞세워 최강의 팀을 이뤄냈다.
국내에서도 GM대우 레이싱(쉐보레 레이싱)이 라세티 해치백를 기반으로 제작한 레이스카를 마련, 슈퍼레이스 무대를 평정하며 ‘명문 레이싱’팀의 기반을 쌓았다. 훗날 해당 레이스카는 ‘오프로드 무대’를 달리며 이목을 끌었다.
2008-2016 / 라세티 프리미어, 보타이를 품다
GM대우는 GM의 개발 기조, ‘글로벌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새로운 컴팩트 세단을 개발했다. GM대우는 물론이고 소형차 개발 능력을 갖춘 오펠 등이 협력을 통해 개발한 J300은 ‘브랜드의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것 같았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링을 반영한 외형과 듀얼콕핏을 통해 드라이빙에 집중하고 시크릿 큐브 등과 같은 아이디어를 더한 실내, 그리고 GM이 자랑하는 안전성을 무기로 앞세우며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두터운 차체를 사용하며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기에 빈약했던 1.6L 엔진과 ‘보령 미션’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남긴 새로운 6단 변속기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라세티는 뛰어난 기본기를 인정 받으면서도 ‘심장병’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GM대우는 1.8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한층 우수한 운동 성능을 낸 라세티 프리미어 ID(아이덴티티)를 내며 대응했지만 ‘소비자들의 비아냥’을 피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브랜드는 포기하지 않고 개량을 거치며 경쟁력을 더했다.
2011년, GM대우가 사명을 한국지엠으로 교체하고 브랜드의 모든 차량에 쉐보레 브랜드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라세티 프리미어는 ‘크루즈(Cruze)’라는 이름을 부여 받고 ‘듀얼 포트’의 프론트 엔드를 앞세웠다.
초기 세단 모델만 출시되었던 크루즈는 세계 각 국가의 요청에 따라, 그리고 기존의 ‘라세티’가 보여줬던 행보에 따라 해치백과 왜건 사양을 연이어 공개했고 글로벌 ‘스테디셀링 모델’로 거듭났다.
국내에서는 5도어 해치백 모델인 크루즈 5가 출시되었으나 ‘디자인’의 아쉬움을 지적 받았고, 되려 일각에서는 ‘크루즈 왜건’을 국내에 선보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두 가솔린 엔진과 함께 2.0L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국내에서는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라프디)이 우수한 토크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해외에서는 1.7L 디젤 등이 출시되어 다양한 시장에 대응했다.
한편 크루즈는 경쟁 모델들의 세대 교체를 부분 변경으로 대응하며 ‘사골’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무척 길었다. 대신 1.4L 터보 엔진을 통해 주행 성능 및 효율성을 개선했다.
크루즈는 라세티와 같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당대 투어링 카 레이스의 정점이었던 WTCC에서는 전륜구동의 약점을 딛고, 후륜구동 레이스카를 따돌리며 쉐보레의 ‘왕조’를 완성한 차량이었다.
특히 현재에도 정상급 투어링 카 레이서로 활동 중인 이반 뮐러, 알랑 메뉴 그리고 로버트 허프 트리오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선보이며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내부 경쟁’을 펼치며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국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도 크루즈의 활약은 이어졌다. 데뷔 초기에는 ‘디젤 사양’의 레이스카로 이재우 감독 겸 선수의 ‘챔피언 행보’와 함께 했고 이후에는 가솔린 터보 사양으로 변화했다.
크루즈 레이스카는 국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장 많은 우승, 그리고 최다 폴 포지션 등을 달성으며 류시원 감독이 이끌던 EXR 팀 106, CJ 레이싱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16-2019 // 대대적인 개선, 그러나 저문 스테디 셀링의 시간
초대 크루즈의 긴 행보가 끝날 무렵, 중국에서 ‘새로운 크루즈’가 공개됐다. GM은 중국형 크루즈와 북미, 국내에 출시할 크루즈가 다름을 언급하며 ‘2세대 크루즈’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완전히 새롭게 다듬어진, 그리고 보다 가볍고 유연해진 D2XX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크루즈는 한층 날렵하고 대담한 스타일을 앞세웠다. 더불어 오펠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며 ‘차량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기가 스틸의 적극적인 도입과 알루미늄 부품 등을 채용할 뿐 아니라 파워트레인 역시 1.4L 터보 엔진을 주력으로 했다. 여기에 긴 시간을 거치며 완성도를 끌어 올린 6단 자동 변속기가 보다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구현했다.
실제 2세대 크루즈는 트랙 위에서 우수한 퍼포먼스를 과시했고, 슬라럼, 짐카나 주행 등에서도 경쟁 모델 대비 우위를 점하며 뛰어난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러한 모습이 ‘대중’이 요구하는 좋은 차량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시장의 흐름은 어느새 SUV 및 크로스오버로 옮겨갔고, 오펠의 개발 및 각종 부품 개선 등으로 인해 원가가 크게 올라 ‘가격’이 대폭 상승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출시 이후 ‘할인’을 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국 2세대 크루즈는 한국지엠의 군산 공장 폐쇄와 함께 국내 판매를 중단했고, 세단과 해치백 등을 판매하던 미국 역시 이듬 해 판매를 중단하며 ‘크루즈의 긴 행보’를 급히 마무리했다.
비교적 짧은 판매 기간으로 인해 크루즈는 모터스포츠 활동이 다소 적었다. 특히 쉐보레 레이싱팀이 WTCC에서 이탈하며 중남미 지역에서 스톡카 레이스에 일부 사용되었을 뿐이다.
대신 국내에서는 명문 레이싱 팀으로 자리를 잡은 쉐보레 레이싱 팀의 레이스카로 선정, 2017년 슈퍼레이스 무대에 데뷔했다. 특히 떠오르는 투어링 카 레이스인 TCR 레이스카에 가깝게 제작되어 모터스포츠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크루즈의 단종 등으로 크루즈 GT1의 활약 기간이 짧았다. 더불어 이전부터 이어진 후륜구동 레이스카와의 경쟁, 수적 열세로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재우 감독, 안재모 선수와 함께 합을 맞추며 슈퍼레이스 무대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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