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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처벌' 바뀔까.. 대법원 '동물학대 양형기준'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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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처벌' 바뀔까.. 대법원 '동물학대 양형기준' 수립한다

입력
2023.06.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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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북 포항시에서 수년간 길고양이를 살해한 사건(왼쪽)과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살해한 뒤 이를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올린 사건은 잔혹성은 비슷하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매우 달랐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판N번방 사건 제보자 제공

지난해 9월 경북 포항시에서 수년간 길고양이를 살해한 사건(왼쪽)과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살해한 뒤 이를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올린 사건은 잔혹성은 비슷하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매우 달랐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판N번방 사건 제보자 제공

대법원이 동물학대범 양형기준을 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동물학대범 처벌 수위가 들쭉날쭉해 법원 판결 때마다 논란을 피하지 못한 만큼, 제대로 된 기준이 마련될지 주목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상원)는 12일 열린 125차 회의에서 9기 양형위원회가 2년의 임기 동안 다룰 대상 범죄군을 선정했습니다. 양형위는 동물학대 범죄 양형기준 설정을 포함해 지식재산권 범죄, 마약 범죄, 스토킹 범죄, 사기 범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범죄, 성범죄 등의 양형기준을 새로 세우거나 수정하기로 의결했습니다. 9기 양형위원회는 지난 4월 출범했습니다.

양형위는 동물학대 범죄의 양형기준을 세우는 이유에 대해 “동물학대 사건의 발생 빈도가 증가했고,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많은 연구에서 동물학대와 폭력 등 사람 대상 범죄와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합리적인 형량을 정하는 데 참고할 만한 객관적인 기준을 말합니다. 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임기 동안 조사를 진행한 뒤 전문위원들의 검토를 거쳐 수립됩니다.

그동안 동물학대 범죄는 뚜렷한 양형기준이 없어 늘 판결 이후 뒷말을 낳았습니다. 지난해 9월,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길고양이를 수년간 연쇄 살해한 범인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수원지방법원은 길고양이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살해한 뒤 이를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범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사건의 잔혹성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재판부의 판단이 다른 까닭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동물범죄 양형기준 수립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신주운 카라 정책기획팀장, 남종영 한겨레 기자, 전진경 카라 대표,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유정우 부산고등법원 판사, 김영준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관, 서국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대표, 윤성모 카라 활동가. 동그람이 정진욱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동물범죄 양형기준 수립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신주운 카라 정책기획팀장, 남종영 한겨레 기자, 전진경 카라 대표,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유정우 부산고등법원 판사, 김영준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관, 서국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대표, 윤성모 카라 활동가. 동그람이 정진욱

이에 대해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12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법관과 수사관이 동물학대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양형의 편차가 크다”며 양형기준의 필요성을 말했습니다. 김영준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관 역시 “양형기준이 세워지면 동물학대 범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건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021년 11월부터 양형기준 수립 마련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그러나 8기 양형위 임기 안에 이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다만 김영란 전 양형위원장(8기)은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적지 않은 국민들이 양형위에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처와 양형기준 설정을 요청했다"며 "논의 내용을 비롯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동물학대 범죄의 양형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카라는 김 전 위원장에게 동물학대범 양형기준 수립을 요구하는 2,700여명의 시민 서명부를 전달했습니다.


김영란 8기 양형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동물학대 범죄 양형기준 마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카라 전진경 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정훈 의원은 '동물범죄 양형기준 수립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동그람이 정진욱

김영란 8기 양형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동물학대 범죄 양형기준 마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카라 전진경 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정훈 의원은 '동물범죄 양형기준 수립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동그람이 정진욱

9기 양형위에서는 이 같은 시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양형위는 앞으로 수립될 동물학대범 양형기준에 대해 “동물보호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고, 동물학대범에 대한 불합리한 양형 편차를 없애며 책임에 상응하는 적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설정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양형위는 자유형 뿐 아니라 벌금형 양형기준 설정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양형기준 수립을 요구해온 동물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카라는 14일 논평을 통해 “늦었지만 동물학대범죄 처벌 개선을 위한 양형기준 설정을 환영한다”며 “동물의 고통을 공감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동물학대 범죄를 엄중하게 바라보는 사회로 거듭나는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카라는 “현재 온라인으로 범죄 무대가 바뀌는 등 양상이 다양해지는 동물학대 범죄의 완전한 근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양형기준을 반영하는 법원의 인식자 체가 함께 높아져야 동물학대범 처벌 강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9기 양형위는 임기 상반기인 내년 4월까지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 수정, 스토킹범죄 양형기준 설정 및 마약범죄 양형기준 수정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후 하반기인 내년 4월부터 1년간 동물학대 범죄 양형기준 수립을 비롯한 남은 과제들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9기 양형위가 동물학대범 처벌에 대해 어떤 기준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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