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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만에 미국 맥주 시장 1위 내준 버드라이트의 위기… 백래시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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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만에 미국 맥주 시장 1위 내준 버드라이트의 위기… 백래시가 불렀다

입력
2023.06.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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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트랜스젠더 협찬 나섰다가
판매율 급감에 시장점유율도 하락
정치 양극화에 관련 마케팅 역풍

올해 4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소매점에 버드라이트 맥주가 쌓여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올해 4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소매점에 버드라이트 맥주가 쌓여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버드라이트가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맥주’라는 타이틀을 잃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된 한 기사의 제목이다. 최근 버드라이트의 판매율이 급감하면서 20여 년간 지켜 왔던 ‘맥주의 왕좌’를 다른 제품에 내줬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에 따르면, 이달 3일까지 4주간 버드라이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 줄어들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성소수자 마케팅’에 발칵

미국의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4월 올린 버드라이트 이벤트 홍보 영상. 이 영상이 공개되자 미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버드라이트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멀베이니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의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4월 올린 버드라이트 이벤트 홍보 영상. 이 영상이 공개되자 미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버드라이트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멀베이니 인스타그램 캡처

버드라이트의 위기는 지난 4월 1일 시작됐다. 1,000만 명이 넘는 틱톡 구독자를 가진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26)가 올린 버드라이트 이벤트 홍보 영상이 도화선이었다. 멀베이니는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맥주캔을 선물로 받았다고도 밝혔는데, 이 소식을 접한 보수 진영은 발칵 뒤집혔다. 공화당 정치인과 유명 인사, 매체를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고, 버드라이트 캔에 총을 쏘거나 냉장고에서 치우는 영상이 유행했다. 모회사인 앤하이저부시(ABI)는 홍보 담당 임원 2명을 휴직 처리하고 “분열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반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달 ABI의 주가 역시 17% 이상 폭락했다.

ABI는 “최근 5개월간 버드라이트의 총 판매량은 여전히 다른 어떤 맥주보다 많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의 양조업체도 여전히 ABI다. 그러나 WSJ는 “일부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버드라이트가 ‘영구적으로’ 폐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거센 백래시…‘정치 양극화’ 영향

지난달 미국 내슈빌의 대형마트 타겟 매장에 성소수자 관련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내슈빌=AP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내슈빌의 대형마트 타겟 매장에 성소수자 관련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내슈빌=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성소수자(LGBT) 관련 마케팅을 펼쳤다가 ‘백래시’ 역풍을 맞은 건 버드라이트만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6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트렌스젠더 상품을 매장 전면에 배치한 대형마트 타겟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주가 역시 하락했고, 타겟은 결국 직원 안전 문제를 들어 일부 제품 판매를 철회하기로 했다. 아디다스도 지난달 트랜스젠더 모델이 여성 수영복을 착용한 사진을 올렸다가 보이콧에 휘말렸다.

미국 기업들의 성소수자 관련 마케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건만, 최근 유독 거칠고 거센 비난을 받는 이유는 뭘까. 미국시민자유연맹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600여 개의 반(反)성소수자 법안이 발의됐을 정도로 이 사안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과거보다 훨씬 더 양극화한 정치 환경이 차원이 다른 반발을 부르는 셈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는 가장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이 온건한 여성 유권자를 끌어들이려 트랜스젠더 이슈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불매 운동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안나 터크먼 부교수는 “2020년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칭찬했다가 불매 운동이 벌어진 식품회사 ‘고야 푸드’도 반짝 여파에 그쳤다”며 “사람들은 몇 주 동안은 행동을 기꺼이 바꿀 수 있지만, 오랫동안 이를 지속하는 건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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