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 차 베테랑 외야수 정수빈(33)이 전성기 시절을 뛰어넘는 절정의 타격감과 수비력을 동시에 선보이며 팀의 중위권 다툼에 힘을 보태고 있다.
13일 현재 정수빈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76(36위)에 출루율 0.356(28위) 24득점(30위) 등 화려하거나 눈에 띄진 않는다. 그의 통산 기록(타율 0.278, 출루율 0.348)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의 6월 성적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6월 첫 경기 KT전에서 두 경기 연속 3안타를 뽑더니 매 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월간 타율 0.436을 찍었다. 아직 6월 일정의 절반만 소화한 상황이지만 6월 타율만 보면 이정후(키움ㆍ0.452)에 이어 리그 2위다.
타격뿐 아니라 그의 전매특허인 외야 중견수 수비는 시즌 초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빠른 발과 공격적인 다이빙 캐치로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플레이가 여러 차례 나왔다.
9일 잠실 KIA전에서는 6회초 안타성 타구를 전력 질주해 다이빙하며 잡아냈고 5월 18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장타성 타구를 펜스 바로 앞에서 점프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5월 14일 잠실 KIA전에서는 6회와 8회 신들린 다이빙 캐치 두 차례로 상대의 결정적인 장타 2개를 지우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마침 올 시즌 KBO는 ‘수비상’을 신설했는데, 정수빈도 강력한 후보다. 정수빈 역시 “안타도 중요하지만 수비 하나하나가 팀에 승리를 가져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수비상은 항상 받고 싶다. 내 가치는 수비에서 나온다. 수비만큼은 내가 최고라 생각하고 플레이한다”라며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23년 6월은 정수빈 야구 인생에서 최고의 한 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2009년 데뷔해 15번째 시즌을 치르는 정수빈이 규정 타석을 채운 월간 성적에서 타율 4할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가장 맹타를 휘둘렀던 기간은 2020년 8월(109타석)로, 홈런 1개를 포함해 0.394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간 정수빈은 ‘가을 수빈’으로 팬들에 회자됐다. ‘두산 왕조’ 시절인 2015년 한국시리즈에선 MVP(타율 0.571)를 수상했고, 2013년 준플레이오프(0.357) 2019년 한국시리즈(0.375) 2020년 한국시리즈(0.348), 2021년 준플레이오프(0.462) 등 가을 야구에선 어김없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포스트시즌 에이스’로 통했다. 또 정규시즌에서도 2010년 9월(53타석)에 타율 0.426을, 2014년 9월(40타석)에 0.432를, 지난해 10월(31타석)에 타율 0.400 등 유독 가을에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올 시즌엔 여름에도 그의 방망이가 뜨겁다. ‘6월 수빈’으로 변신 중인 정수빈이 중위권 다툼에 한창인 두산을 더 높은 자리로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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